퇴사 후, 숨이 편해진 아침을 맞다

by 수이

#5. 퇴사 후, 숨이 편해진 아침을 맞다


그렇게 나는 11월 말, 공식적으로 퇴사했다.
‘안정’을 내려놓고 ‘의미’를 선택했다.


월급의 따뜻함보다 삶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싶었다. 더불어 나의 정서적 안정을 욕심내 보기로 했다. 아이에게는 편안한 엄마의 표정이 필요했고, 나 자신에게도 쉼이 필요했다. 결국 퇴사는 ‘나’와 ‘아이’를 위한, 나름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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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하지 않고 곧바로 퇴사했기에, 하루의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이고, 등원 준비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어나자마자 퉁퉁 부은 얼굴로 “엄마~” 하며 나를 찾는 막내가 유난히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이 입을 오물거리며 사과를 먹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출근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아이들이 늦장을 부려도 화가 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아이들의 작은 몸짓과 재잘대는 입을 바라보며, 오직 지금 이 나이의 아이들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을 온전히 누리고 있었다. 마치 ‘100%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 꽤나 만족스러운 충족감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회사에 다니며 보내던 아침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에는 간단히 집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마친 후, 나만의 브런치(라고 쓰고 아점이라 읽는다)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이 남긴 계란과 사과를 새 접시에 담고, 그날 먹고 싶은 것들을 간단히 차려 먹는다. 어떤 날은 카레우동, 어떤 날은 냉동 아보카도와 김이다. 하원 시간인 오후 3시 30분까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내게 주어진 여섯 시간 남짓한 시간.
사실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이상, 해야 할 일들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빨래를 돌리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아이들이 먹고 간 식탁과 바닥을 닦는다. 설거지를 마친 뒤에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활짝 연다.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 햇빛이 집 안으로 길게 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내가 지금 이런 시간을 살고 있구나.’


퇴사 후의 삶은 아직 특별할 것도, 거창할 것도 없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 평범한 하루들이 앞으로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지금만큼은, 이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와 아이가 함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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