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시골의 좋은 땅을 고르는 법이나 예쁜 전원주택을 짓는 법 같은 건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배산임수에 집만 지으면 자손 대대로 번성할 땅이라도 그 땅을 사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땅을 샀다고 내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는 없다."
아마 이 말을 듣는 순간 열에 아홉은 목구멍에 이런 말이 탁 걸렸을 것이다. "내 땅에 내가 내 집 짓겠다는데 지금 텃세 부리는 거야? 법적으로 보호받는 내 권리라고" 잠시 화를 가라앉히고 내 말을 들어보길 권한다.
아파트 단지와 시골 마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가 개입의 정도'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내가 살았던 아파트 이름을 생각해 보자. O미안, OO마을, OO힐 등등. 이름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건 수백에서 수천 세대가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있다는 것이다. 그 아파트 단지와 주변의 땅을 전부 국가 또는 큰 기업의 계획하에 사들이고 구역을 긋고 도로를 내고 집을 지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시골은 무엇이 다를까? 시골에도 국가의 계획은 있다. 그러나 그건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얼마나 더딘지 도무지 계획이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예전에 어른들은 동네에 신작로를 놓기 위해, 여름이면 잠겨버리는 개천에 번듯한 다리를 놓기 위해 고무신이 닳도록 관청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겨우겨우 확답받아도 나라 예산은 항상 부족하고 그걸 메꾸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었고 돌을 날랐다. 때로는 내 땅이 도로에 먹혀도 보상금 요구는커녕 얼른 보태서 도로가 나기만을 바라기도 했다. 평범한 시골길에 그 동네 사람들의 희생이 깔리고 역사가 생겨버린 것이다.
또한 내 마음에 든 땅 역시 네모반듯하게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앞, 뒤, 옆집과 조금씩 담장, 나무, 지붕 등이 넘나들고 그 땅이 비어있었다면 동네 사람들이 감자나 배추를 심거나 닭 몇 마리를 풀어먹이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내 눈에는 그냥 길가에 있는 나무인데 옆집에서 심은 유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진짜 심각하게는 땅 주인과 집주인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이건 오랜 세월 동안 동네에서 암묵적으로 서로 양보하고 양해하며 살았던 결과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는 등기부등본에 쓰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인이나 동네 이장님을 통해 이 문제로 얽힐 수 있는 동네 사람들과 미리 협의하는 게 좋다. 땅을 사기 전에 하는 게 좋은 이유는 아직 동네 주민인 현재 땅 주인이 중간에서 중재를 잘해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겸사겸사 서로 인사도 하고 핑곗김에 몇 번 얼굴을 익혀놓으면 아무래도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낯선 사람’이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중개인의 차를 타고 와서 “어~ 풍경 좋네. 도로도 널찍하고” 덥석 땅을 사는 경우가 있다. 그래 놓고 어느 날 갑자기 측량기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왜 내 땅 위에 이런 걸 심었냐, 다 치워라, 담장이 넘어왔다.”라고 하거나 배추인지 감자인지도 모르고 땅을 갈아엎었다면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어느 날 갑자기 동네 사람들이 공사하는 게 시끄럽고 먼지가 많이 난다고 민원을 넣고 도로를 막아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땅을 갈아엎은 이주민이나 민원을 넣은 선주민이나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
일방적으로 시골 텃세에 당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먼저 실타래를 꼬아버렸을 수도 있다.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해결도 한다. 이 책을 보는 사람 중에 이미 분쟁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겉으로 드러난 문제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길 권한다. 이유 없는 갈등은 없다.
시골에서 땅을 사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
1. 땅과 집(또는 건물)의 명의가 같은지
2. 동네 입구부터 내 땅까지의 진입로 중에 혹시 개인 소유지가 있는지
3. 땅 위에 다른 사람들의 소유물이 있는지 (유실수, 밭작물, 닭장 등)
4. 옆집과의 경계 침범이 없는지
땅을 사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시골에서 땅을 사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 시골에서 땅을 사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