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라이프] 마을발전기금은 꼭 내야할까?

by 그스막골

시골살이를 고민하며 이것저것 찾아봤다면 '마을 발전기금'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기준도 모호하고 정당한 금액인지 알 수가 없으니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마을 발전기금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상황이다. 첫 번째는 마을 안에서 공장이나 축사 등 사업을 여는 경우. 공장을 짓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을에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 격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는 사업자 측에서 먼저 마을에 제의를 하고 이장을 비롯한 몇몇이 협상단으로 참여하며 금액은 사안마다 다를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인이 마을로 이주하는 경우이다. 일종의 마을 입회비라고 볼 수도 있다. 처음에 오해하기 쉬운 부분은 이 돈을 이장 개인이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시골 마을도 그렇게 주먹구구로 운영하지 않는다. 보통 마을마다 '규약'이 존재하고 거기에 금액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확인도 가능하다.


그럼, 마을 발전기금은 꼭 필요한 돈일까?


시골 마을의 도로는 개인 사유지가 포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땅을 사기 전에 꼭 확인해 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길 바란다. 그 외에도 마을 상하수도 연결 및 관리, 마을 공동재산 관리, 복지 등 이 동네만의 공동체 안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그 동네 '사람'에 의지해서 유지되고 관리된다.

그 공동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두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시골 마을 구석구석 깨끗하고 넓은 도로가 잘 깔려있다. 처음에 이 도로를 까는 데에도 마을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들어갔지만, 이후에도 풀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심는 일이 다 마을 안에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자연풍광이 좋아도 길도 없고 나뭇가지에 차가 다 긁히며 다녀야 한다면 그곳을 새 터전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동네가 깨끗하고 길이 좋았다면 그 동네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다.

또 하나는 마을마다 있는 마을 쉼터(경로당)다. 지자체에서도 지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건물을 관리하고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것 역시 마을의 일이다. 꼭 내 부모님이 계시지 않더라도 마을 전체가 동네 어른을 함께 모시고 서로 십시일반 챙긴다. 역사를 따져보면 그 쉼터 역시 처음에 마을 누군가의 땅을 희사받았거나 공동으로 땅을 사서 지은 경우도 많다.


도시에서 아파트는 국가나 대형 건설사가 짓고 관리는 관리사무소에서 고용된 직원들이 한다. 주민은 아파트 관리비에 청구되는 돈만 내면 알아서 굴러가는 구조다. 그러니 이웃 간의 보살핌이 살아있고 그렇게 공동체가 운영되는 모습이 낯설 수 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 어릴 때는 이게 보통의 마을의 모습이었다. 변한 건 시골 인심이 아니라 나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내용은 땅을 사기 전에 명확히 알고 가는 게 좋다. 마을 규약이 있는지, 마을 회의는 언제 하는지, 돈을 내야 한다면 얼마로 정해져 있는지.


제대로 운영되는 마을이라면 마을 규약이 분명히 있고, 그걸 근거로 해서 요구하지 상대에 따라 들쭉날쭉하지 않다. 또한 마을 회의에서 내가 낸 돈 역시 다 보고되어 올라간다. 공동체가 유독 잘 운영되는 마을은 마을 발전기금(입회비) 외에도 마을 축제나 사업이 있을 수 있고 거기에도 분담금이 있을 수 있다. 이걸 들여다보면 이 마을에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조금은 짐작도 가능하다.


규약은 법적인 효력은 없더라도 마을 전체가 합의한 내용이다. 아직 이사하기도 전에 미리 비판하거나 마을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왜 그런 규정이 생겼는지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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