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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Sep 26. 2023

몽이의 시선 1 - 첫 만남

안녕 나는 몽이라고 해. 13살이고 체중은 2kg. 품종은 몰티즈라고 하지.      

잠깐 내 소개를 하자면 몰티즈는 몰타섬 출신에 작고 귀엽고 하얀 강아지야. 혹시 털이 빛나는 레이스 커튼처럼 우아하게 늘어지고 동그랗고 커다란 까만 눈을 가진 강아지 사진을 본 적이 있어? 그게 바로 나야. 나는 그중에서도 참 예쁜 편에 속해. 내 눈은 다른 몰티즈랑 비교해도 큰 편인데 얼굴은 더 조그맣고 분홍색 혀가 앙증맞게 나와 있단다.          

가끔 우리 성격이 고약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데 그건 우리가 왕실에서 키워졌기 때문이야. 우리는 주로 공주님의 무릎 위에서 살았어. 모두가 내 발밑에서 내 눈치를 보며 사는 게 당연하지. 그러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해.          

나는 이제부터 내 인생 이야기를 하려고 해. 뭐? 그런데 관심 없다고? 몰티즈한테 거절이란 걸 할 생각을 한다니 너도 참 용감하구나. 그렇지만 거절은 거절할게.           

지금 내 집사는 내가 2001년에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지금 13살인 거지. 그렇지만 정확한 나이는 나도 몰라. 나는 어느 날 눈 떠보니까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뜬 장이라는 곳에 있었거든. 그곳은 햇빛이 들지 않기 때문에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고 하루 종일 다른 개들이 짖어대서 제대로 푹 자본 적도 없어.           

벌써 우울하다고? 나도 그래.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지금 집사를 만난 이야기를 하려면 그 시작을 알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 대신 빨리 끝내자.          

내가 그곳에서 나오던 날 농장 주인인 남자는 내가 3살 반 정도 됐고 한 번도 임신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 다 거짓말이지. 내 뱃속을 열어서 새끼들을 다 훔쳐 가 놓고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 몰라. 그리고 내가 새끼 때는 백만 원은 넘게 받을 수 있을 만큼 예쁜 얼굴이지만, 지금은 나이도 들고 임신도 안 돼서 나를 공짜로 주는 거라고 설명하더라.           

나쁜 놈과의 얘기는 여기까지. 내 인생 이야기는 내일 하자. 왜 내일이냐고? 내가 13살이라고 안 했나? 졸려. 좀 비켜봐. 나 좀 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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