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도 않는 버스를
우두커니 앉아 기다린다.
버스를 기다리는 건지
너를 기다리는 건지
기다리다 지치면
너와 함께 걷던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걷다가 지치면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너를 기다리고
어스름한 어둠이 올 때 즈음
희뿌연 안갯속을 가르며,
재회를 데려다주는 버스는
나에게 올라타라 손짓한다.
미지의 세계를
하염없이 돌고 돌아
너를 찾아 헤맬 때
먼 동이 트려 할 무렵
멀리서 버스가 온다
네가 내게로 온다.
헤어진 사람과 재회를 그리워할 때 복잡한 머릿속을 식히는 방법은 걷기였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길들을 걷고 또 걸으며 마음을 정리해 나가던 그때를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