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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29. 2019

"손주 때문에만 전화한 거 아니니" 아버지의 말.

그렇다. 엄마가 된 뒤 부모님에게는 내 아이와 관련되어서만 연락을 드린다



[사진설명]_부산시립미술관에서 만난, 방정아 작가의 그림. 아이를 낳은 엄마는 원더우먼이 되어간다.



지난 5월 초, 어버이날을 맞이해 아빠한테 전화를 드렸다. 안부도 물어볼 겸 전화를 한 나에게 아빠가 한 말.


"웬일이야? 아들 낳고는 손주 보여주러 전화한 거 말고도 전화 안 하더니~"



그랬다.

아이를 낳은 뒤, 부모님 특히 아빠한테 전화하는 일은, 아들과 관련된 일 때문이었다.

영상통화를 하며 손주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며 간간히 짧게 통화하고 끊었다.


맞다.

아빠와 나, 아빠 개인에 대한 관심이 그간 많이 없었구나....


어제저녁, 혼밥을 먹고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아빠를 아끼던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고 한다. 관절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딸 집을 옮겨 다니다가 요양병원에 간 뒤 폐렴 등으로 갑자기 악화됐다고 한다. 모처럼 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통화를 하니 아빠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덧 육십 중반을 넘어선 우리 아빠.
아들의 크는 모습에 집중하느라, 예순이 넘은 아빠를 신경 쓰지 못했구나.



이제, 종종 점심식사 후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 

나는 이제 더이상, 챙김받을 어린애가 아니라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진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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