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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든 Nov 23. 2024

[ 삼재팔난 ː 이별수_1장 ]

우린 그것을 삼재라 부르기로 했다.

『 삼재 :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 단어. 9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3년간 별의별 재난을 겪게 된다고 하며 이를 삼재팔난이라고 별도로 부른다. 』



 들어가기에 앞서



행복하기만 했던 나날의 연속에서 어렴풋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3년 동안 내 인생에 온갖 재난을 주겠다는 신의 속삭임을요.

3년간의 재난을 겪고 나서야 감히 말합니다.

사실 들었음에도 모른 척하고 싶었던 저의 이기심은 아니었을지요.


30년을 걸어온듯했던 3년이란 시간동안 삼재를 믿게 될 수밖에 없던 지나온 행보와 그 길들이 있기에 잃었어야만 했었고, 잃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수많은 깨달음을 살면서 언젠가 한번은 말하고 싶었습니다.


만약 그 시기를 정해야 한다면 지금이라 이야기 하고싶어요.

어설프고 미숙한 아픔은 이세상 그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나에게 종교는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떤 신을 믿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삶 안으로 서서히,

그러다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들을 직접적으로 겪기 시작하면서 삼재라는 신앙은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내 나이 27살이 되던 해였다.


처음 마주했던 재난은 신의 장난과 같았다.

너무도 순식간에 정신 차릴 틈 주지 않고 내가 가장 사랑하던 이를 앗아갔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내가 사랑했던이의 죽음이나 이런 너무도 슬픈 결말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런 전개는 아니다. 어제까지 나를 사랑한다 말하던 이가 다음날 갑자기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떠나겠다고 하니 이렇게 벼락같은 이별이 어디 있을까.


25살 여전히 풋내 진동하기에 그래서 더욱이 모든 것들에 미숙한 나이.

난 미숙한 나이를 지녔지만 청춘이라는 열정하나 믿고 타지로 홀로 이사를 왔다.


그때 그 사람을 만났다.

아무리 청춘이라는 열정이 있다한들 낯선 타지이니 외로움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이 때를 기다린 사람처럼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났고 나는 우려했던 외로움이란 감정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그 사람과 함께라면 매 순간이 참 행복했었다.

어떤 날은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나 싶은 마음에 덜컥 겁까지 나던 날도 있었으니 쉽게 찾아오는 작은 행복들은 아니었다.


여즉 잊지 못하는걸 보면 웃는 게 너무나도 예뻤던 사람이었다고.

이 문장을 꼭 적고 싶었다.

"웃는 게 너무 예쁜 사람" 마치 그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문장처럼

웃을 때마다 올라가는 두 광대는 그 사람에 대한 추억이 모두 흐릿한 한가운데 유일무이하게 또렷한 기억이다.


헌들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엔딩의 결말은 이유도 모른 채 이별을 해야만 했다는 것인데.

도무지 모든게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당사자가 이유를 모르는 벼락같은 이별이라니.

참 오래 만났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터무니 기약을 했던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아닐까.


떠난 빈자리가 허탈해 초반에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라고, 별일 없었던 사람처럼 지내기로 생각했다.

헤어지자는 말에 어떠한 주석도 없었기에 헤어진 것이 아니라고.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난 그 상황에서 최대한 나를 보호하고자 도망쳤다 말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최대한 아주 멀리, 당최 알 수없는 슬픈 감정으로 부터 멀리 떠나기위해서 온갖 수단과방법을 가리지 않아야만했다.


하루에 수면도 최소한인 4시간으로 줄이고, 전부 노동의 대가로 보냈다.

육체가 피곤해져야지만 정신이 제기능을 하지 못할 거라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

그리고 그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육체도 정신도 모두 주저앉은 때였다.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달려!"를 외치기만 하던 나의 오류 투성이 삶을 지탱하지 못한 육체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의 고열로 신호를 주었고, 그 당시 세계적으로 떠들썩하게 만들던 COVID-19까지 어디선가 나타나 나를 작정하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육체가 누워있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자 생각의 불청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외면하던 나의 수많은 감정들과 그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음을, 그러니 반드시 이악물고 복수해야 한다던 생각은 전신을 지배했다.

머리에선 독해져야한다 하면서 마음은 성난 파도마냥 울분 가득 섞인 물방울만 눈앞을 가렸고, 퉁퉁 불어터진 입밖으로는 "어째서"중얼거리며 그를 향한 애증서린 의문형만터져 나왔다.


뒤늦게서야 나를 봐주었다며 각기 다양한 감정들이 마구잡이로 나를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번 살아나가 보라는 듯이.

마치 도망쳤던 과거 나의 시간들이 현재 나에게 보란 듯이 말이다.





[ 삼재팔난 ː 이별수_1장 ]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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