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것을 삼재라 부르기로 했다.
『 삼재 :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 단어. 9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3년간 별의별 재난을 겪게 된다고 하며 이를 삼재팔난이라고 별도로 부른다. 』
여전히도 과거에 살아, 지나간 인연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남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나를 나조차도 이해해주지 못했다.
과거의 시간과 지나간 인연은 나보다도 빠르게 추격해 와 자꾸만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미 끝나버린 시간이란 가상의 굴속에서 나는 매 순간 허우적대기만 했다.
내가 만든 어둠 안에서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언젠가 오고 가며 보았던 문장 중에 인간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잊지 못하며 사는 사람이 한명쯤은 생긴다던 그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으면 어쩌지,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대로는 이 어둠이 절대로 걷히지 않을 것만 같았다. 영원히 이안에서 나는 살아야만 할 것 같았다.
설령 또 다른 재난이 찾아온다 한들 일단 이 어둠 속에서는 벗어나야만 할 것 같았다.
과거에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
나는 모두가 버렸던, 그리고 나마저도 외면해 버렸던 나를 다시금 주워와 사랑하기로 했다.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후식으로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으면서,
어떤 날은 글을 쓰기에 참 좋은 날인 것 같으니 커피 한잔 내려 볕내리 쬐이며 글을 쓰면서.
내가 사랑하던 흩어져버린 것들을 하나 둘 주워와 안겨주었다.
일단은 그렇게 사랑을 하기로 했다.
그때 나에게 어둠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뿔뿔이 흩어져버린 사랑을 되찾아주는 것뿐이었으니까.
아무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없다고 나마져도 나를 버려버리면 정말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사랑은 단순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도 참 별 것 없었다.
그 평범하고도 별 것 없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는 것을 다른 이들의 뒤만 바라보다 알아채지 못했다.
그 사람이 떠난 지 3년째 되는 오늘이다.
그동안 나는 그 어떤 누구와도 사랑하지 않았고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도 사랑은 나에게 어렵고 두려운 마음이다.
하지만 3년 전의 나와는 조금은 다른 내가 되어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아무리 힘든 순간이 와도, 모두가 나에게서 등을 돌려 떠난다 해도
적어도 난 나에게만큼은 내편이 되어주겠다고.
그 시절에만 만날 수 있던 시절인연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허나 난 그 인연 덕분에 어떤 사랑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의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단순한 사랑을 하는 것.
내가 바라는 미래는 그런 조촐하면서도 어려운 것을 해내는 일 일지도 모르지만
제법 성장한 나에게서 그러한 미래를 꿈꿔보는 것도 이제는 꽤 희망적인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