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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Jun 15. 2021

억지

신해경 - 화학평형

그림을 그려놓고 가겠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물감으로


당신의 위아래 옆을

정확하게 그려놓고 가겠다


벽은 물들 것이다


하염없이 물들어

쏟아낼 것이다


나의 마음을

그 물감 속 섞인 물에

나의 수줍은 손가락 끄트머리의 온기와

세포  더미 남길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에

그대를 벽에 그릴 것이다


하염없이 적시고 먹여

세상을 물들일 것이다


삶을 담는 것이 작품이라면

그릴게 이것밖에 없으니


모든 것을 벽에 남겨

벽 속에 평생 살겠다


당신과  잡고

흐르지 않으며

종이처럼 썩지 않고 파묻히지 않으며


다음 생에도 만나겠다 약속보다

이번 생을 끝내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이런 억지스러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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