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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Jan 29. 2016

방송/유리

- 단어로 만드는 이야기들 -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연예인이 꿈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방송국이 생겨나고 너도나도 연예인을 하고 싶어 하다 보니 내가 설만한 자리는 전혀 없었다. 


나는 전전긍긍하면서 알바를 하거나 보조출연을 하면서 밥만 겨우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만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유리로 된 방에서 한 달간 살 것을 요구했다. 나는 거기에 살아야 하는 이유도 몰랐고 나를 그렇게까지 드러내고 살 정도로 내 생활이 떳떳하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며칠간 끈질기게 설득을 시켰고 나는 알바하며 조금씩 돈을 버느니 유리방에서 한 달을 살고 알바 연봉 이상의 돈을 준다고 하니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웠다. 사방이 유리라 밖이 훤하게 보였고 먹을거리와 놀거리는 방안에 계속 보충을 해 주었다.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방에 들어가고 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생각보다 좋은 조건 같았다. 물론 화장실을 쓰거나 샤워를 해도 화장실은 반투명 유리이기는 실루엣 정도는 충분히 보이는 유리로 되어있어서 부담스럽기는 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생활에 적응하고 거리낌도 없어졌다. 점점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방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도 늘어났다. 


나에게 팬이 생긴 것 같아 즐거웠다. 하지만 어느 날 유리벽에 동물원 같다느니 그렇게 살면 좋냐느니 별별 것들이  낙서되어있었다. 20일쯤 지나자 내가 여기에서 도대체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방의 낙서는 살아갈 의지마저 깎아내리고 있었다. 


벽은 닦아도 닦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안에서 그것을 지우러 나갈 수도 없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간이 끝나갈수록 나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내가 욕먹는 상황을 즐기는지 점점 낙서를 방관하려는 듯한 관계자들의 태도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쪼그려 앉아있을 뿐이었다. 마지막 날이 다가오자 첫날처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드디어 방에서 나오게 됐다. 나는 돈을 챙겼지만 기분은 찝찝했다. 계약한 사람이 나에게 말해준다. 한 달 동안 방송하느라 수고했다고. 나는 방송이라는 소리는 못 들었다. 계약서 구석에 찾아보니 있었다. 나는 절망하고 분노했지만 이미 방송이 끝난 뒤였다. 후회하고 집으로 돌아와 tv를 켜니 수백 명의 유리방에 갇힌 사람들의 알필요도, 알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소재 신청 가능합니다. 

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세요.


https://brunch.co.kr/@ehdwlsez4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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