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통역이 되지 않는 마음들

by Eunhye Grace Lee

일본의 복지 현장은 매우 체계적이다.
복지 절차 하나하나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며, 상담 기록은 세밀하게 남긴다. 하지만 그 체계 속에서 외국인들은 종종 길을 잃는다.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곳의 행정 언어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벽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외국인 지원센터에서 의뢰가 올 경우 통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이 일은 유학시절에 시작했던 아르바이트였는데, 사회복지사가 된 이후에도 종종 센터일을 돕고 있다). 병원, 시청, 학교, 경찰서 등 다양한 공공기관과 연결되며, 언어 때문에 스스로를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단순히 '말을 전달하는 것'만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통역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통역되지 않는 마음을 읽는 일이라는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 여성 환자를 병원에서 만났던 날이다. 필리핀 출신으로, 일본어는 일상적인 대화조차 힘겨웠다. 의사는 진단을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어떤 부위가 언제부터 아팠습니까?"

"통증의 강도는?"

"기존 질환은?"

나는 질문을 가능한 쉽게 풀어서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다시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을 주저했다. 대신, 얼굴을 굳히고, 양팔로 온몸을 감싸며, 손끝을 떨었다.

"조금... 아파요."
그녀가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의사는 정보를 요구했고, 진료는 계속됐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등했다. 단순히 통역자로서 기능만을 수행할 것인가, 아니면 이 여성이 전달하지 못한 감정까지 함께 짐작할 것인가.


일본 병원의 시스템은 신속하고 명확하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야 하고, 의료진은 그 설명을 토대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그러나 언어가 어긋나는 순간, 환자는 단순한 정보 조차 제공하지 못한다. 통역자가 있어도, 그 틈은 완전히 메워지지 않는다. 언어는 번역할 수 있어도, 두려움과 외로움까지 옮길 수는 없다.


그녀는 진료가 끝난 후 조용히 말했다.
"말 못해서, 죄송합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받고 존중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는 언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일본 사회가 만들어낸 또 다른 형태의 배제였다.


나는 통역하면서 자주 무력감을 느낀다. 이방인이 느끼는 감정, 말에 담지 못한 이야기, 눈빛과 몸짓으로 간신히 전하려는 절박함을 행정 언어로 깔끔하게 포장해 전달할 때.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질문이 울린다. 나는 과연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가. 아니면, 일본 사회가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고 있는 것인가.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류상으로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이다. 감정이나 맥락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실제 사람을 마주하는 현장에서는, 감정이야말로 이해의 핵심이 된다. 언어적 정확성만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것들. 그것을 느낄 때마다, 나는 통역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때때로 나는 잠시 통역을 멈추고 침묵속에서 그들의 말을 기다린다. 빠르게 번역해 넘기지 않고, 머뭇거리는 이유를 함께 견디려 한다. 말을 찾지 못해 고개를 떨구는 순간에도, 나는 침묵을 급히 채우지 않는다. 그 침묵 안에는 살아 있는 감정이 있고, 때로는 통역되지 않는 진심이 숨쉬고 있다.


복지란 무엇일까. 서류를 정리하고 제도를 설명하는 일일까. 아니면, 말을 서툴게 하는 사람의 존엄을 지켜주는 일일까. 일본이라는 체계적인 사회 안에서, 나는 점점 후자를 더 믿게 되었다. 완벽한 언어가 아니라, 서툴지만 진심 어린 말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경을 넘어 인간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조금 아파요."
그녀의 짧은 말 속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을 나는 잊지 않는다. 일본어로는 번역되지 않은 채 남겨진 마음들. 통역은 그 모든 것을 옮길 수 없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는 태도는 언어를 넘어 마음을 이어준다.


나는 오늘도 서툰 말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오가며 다짐한다. 단어의 정확성보다, 사람의 진심을 먼저 듣는 통역사이자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그리고 언젠가는, 일본의 복지 현장 곳곳에서도 이런 태도가 자연스러운 상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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