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네요.”
시청 복지과 담당자가 내민 서류에는 이름도, 생년월일도 없이, 단지 ‘불명(不明)’이라는 단어만이 적혀 있었다. 나는 한순간 말을 잃었다. 일본의 행정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낯설고, 동시에 너무나 명확했다.
그녀는 50대 중반의 중국계 여성으로, 수년 전 일본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관광비자로, 그 후에는 미등록 체류 상태로 몇 해를 보냈다. 일자리는 불안정했고, 거주는 지인의 아파트를 전전했다. 그러는 사이 병이 생겼고, 몸은 점점 망가져갔다. 긴급 구조요청으로 병원에 실려 온 그녀는,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보험이 없었다. 체류 자격도, 주민등록도, 어느 기관에도 그녀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병원은 당황했고, 시청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긴급 의료는 제공되었지만, 이후의 지원은 행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애매한 상태에 놓였다.
나는 복지 연결을 위한 통역으로 현장에 있었다.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피로에 절은 얼굴, 희미하게 마른 손, 그리고 조금씩 흐릿해지는 눈빛. 나는 천천히 말을 건넸다.
“뭐든지 말해도 좋아요.”
그 말에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고였다. 말로는 설명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을.
일본 사회는 서류 중심이다. 주소가 있어야 주민등록이 가능하고, 주민등록이 있어야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서류를 잃은 이들에게는, 그 시작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존재의 조건이 증명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증명이 불가능하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불법체류자, 무국적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
어느 날,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여기서 살고 싶어요. 조금만 더."
그 말은 일본어로도, 중국어로도 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비로소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었다.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받아들여지는 삶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시청에 다시 요청했다. 채류자격신청, 긴급 복지, 의료비 감면, NGO 연계 등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그녀를 ‘존재하는 사람’으로 연결하기 위한 시도였다. 서류상 아무것도 없던 그녀가, 점점 한 줄, 한 줄 이름을 찾아갔다.
존재는 서류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체온, 눈빛, 말 한마디, 손끝의 떨림. 우리는 모두 그런 비공식적인 증거로,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며 살아간다.
복지란, 보이지 않던 존재를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그것은 서류 한 장을 넘는 일이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감각을 되돌려주는 일이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사람은 기록되어야 존재한다고.
그러나 나는 말하고 싶다. 사람은 기록되지 않아도 존재하고, 존재하는 이상,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그녀의 이름은 이제, 시청의 어느 문서 안에 적혀 있다. 그 이름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서류보다 먼저, 한 인간이 ‘여기 있다’고 외쳤던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