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에 어떤 주택가에 작은 버거킹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이런 주택가에도 저렇게 작은 버거킹 매장이 있나?
그런데 버거킹 매장이 이상했다. 분명히 브랜드 로고는 버거킹인데…. 자세히 보니 버거킹이 아니라 머거킹이었다.
로고를 패러디한 것이다. 오너의 네이밍을 만드는 기술에 위트와 센스가 돋보였다.
요즈음에 버거킹을 몇 번 갔다. 원래 햄버거를 아주 좋아하는데, 버거의 종류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무슨 말이냐면 버거를 크게 나누자면 치킨버거와 소고기 패티 버거의 큰 두 축을 구분하는 것 같다. 어디선가 본 방송에 미국의 어떤 고장에서 매년 버거 대회를 하는데 그 대회 챔피언이 버거에 치킨이 들어간 치킨버거는 미친 짓이라는 비슷한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나는 물론 치킨도 엄청나게 좋아한다. 매일 밤 우리 집 식탁에 치킨이 배달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부푼 기대감을 품으며 지친 몸을 이끌고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았던가?
다시 햄버거로 돌아와서 최근에 버거킹이라는 거대 프랜차이즈가 만들어내는 패티의 불맛이 아주 맛나는 것이었다.
버거킹은 다른 프랜차이즈 버거보다 가격이 비싸다. 비싸면서 오리지널 버거를 지향하는 버거킹은 나의 특이한 성향 - 뭔가 1등보다 2등이 마음이 가는 -으로 자주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일터 근처에 버거킹이 있었으며, 내가 종종 가는 아지트 근처에도 버거킹이 있었다.
배가 아주 고픈 상태에서 맡는 불에 구운 듯한 소고기 패티의 숯불향과 고기 패티의 맛은 약간의 황홀감을 선사한다.
더군다나 버거킹은 거의 일 년 내내 할인행사를 한다. 워낙에 맥도널드라는 슈퍼 경쟁자가 있으며 비싼 가격대 포지셔닝에 위치해 있는 버거킹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할인이라는 유인책이 필요했으리라!
그래도 햄버거 세트가 만원이 넘어가는 건 마음이 편치 못하다.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서도. 만원이 넘어가는 건 심했다.
그래서 나는 주로 할인메뉴를 사 먹는다. 며칠 전에도 주니어 버거 두 개를 4,300원에 사서 먹었다.
나는 퇴근하면 아주 많이 배가 고프다.
나에게는 공무원 생활이 일반적인 다른 공무원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 같다. 주니어 버거를 두 개 먹었는데도 배가 고파서 고민하다가 5,600원짜리 세일 버거를 하나 더 먹었다. 9,900원 정도 버거를 먹은 것이다.
3번째 버거 세트를 세팅하기 위해 스태프가 트레이에 콜라를 올려놨는데, 어떤 사람이 자기의 포장버거를 들고 가면서 툭 쳐서 콜라가 쓰러져버렸다. 콜라와 얼음들이 여러 가지를 적셔놓았다.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3번째 버거를 먹지 않기로 했었다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텐데, 아주 허접한 나의 과학지식으로 우주의 평행이론(이 말이 맞기는 한가?) 비스무리한생각을 했다. 내 마음과 행동으로 인해 세상의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기분이 묘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더 신기한 건 나는 최근 일 년 가까이 콜라를 두 모금 정도밖에 먹지 않을 정도로 입에도 안 댔는데
(햄버거를 좋아하는 나는 콜라가 살이찌게 하는 주범이라 생각하고 버거만 시킨다. 다이어터로서의 자존심이랄까?)
그날은 오랜만에 같이 시켰는데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