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리우스 Apr 06. 2023

비행기

퍼클사와 나의 차이

 퍼클사 = 퍼스트 클래스 사람들 


 나는 비행기를 타면 주로 잠을 잔다. 영화를 잘 보지도 않고 음악을 잘 듣지도 않고 책도 안 읽는다.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하는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눈을 감고 있으면 스르륵 잠이 든다. 그러다 달그락 소리가 들리면 잠에서 깬다. 기내식을 주는 시간이다. 비행기를 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친절하고 예쁜 승무원이 맛있는 도시락을 내 자리에 떡하니 갖다 준다. 자고 있다가 기내식이 도착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맛있게 기내식을 먹고 편안한 맘으로 또 눈을 감고 잠을 잔다. 그러다 또 기내식이 오면 아주 좋아한다. 


예전에 읽은 책중에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는 책이 있었다. 일본항공사에서 퍼스트 클래스 승무원으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 쓴 책이었다. 책 제목처럼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고 한다.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늘 종이와 펜을 갖고 다닌다고 한다. 착륙시간이 될 쯤에 입국신고서를 쓰기 위해 여기저기 펜을 빌리는 이코노미석 풍경과는 대조되는 이미지다.


그리고 그들은 책을 한 보따리 갖고 와서 줄기차게 독서를 하거나 신문을 읽는다고 한다. 활자중독자처럼 말이다. 역시 잠만 자는 나와 참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은 쉬는 게 책 읽는 건가 보다. 누군가는 쉬는 게 영화 보기, 게임하기, 술 마시기, 친구 만나 수다 떨기일 수 있지만 퍼클사들은 쉬는 게 독서라고 생각하니 일반인들과는 다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책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나서 네이버에 책 요약 포스팅을 봤는데 경청을 잘하고, 유머러스하고 감사를 잘 표현하고, 역사책을 많이 읽고 자세가 바르고 당당하다고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들은 퇴근해서도 휴가를 가서도 휴식시간에도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를 할 것 같다. 나는 집에 가서 이것저것 주어 먹고 배부른 몸으로 벌러덩 누워 유튜브를 보는 게 그렇게 좋은데 말이다. 어디서부터 이런 차이들이 생긴 건지 잘 모르겠다. 뭔가 부끄럽고 씁쓸하다.  

작가의 이전글 공부보다 중요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