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내 이름은 야옹이 마지막화

학교폭력 전성시대 : 너는 나의 영웅! 나는 너의 야옹!

by 태리우스

나를 바라보는 영구의 눈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영구는 곧바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결국 상부에 보고를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국제회의 날이 되었다. 국정원 대테러국, 경찰특공대, 707 특공대, 대통령경호실, 여러 기관에서 국제회의의 경호를 맡았다. 각 나라의 특수부대원까지 동원된 상태에서 개미새끼도 회의장소에 들어갈 수 없는 삼엄한 경호가 이루어졌다. 아무리 북한 특수 공작원이라도 이 경비를 뚫을 수는 없었다. 콘퍼런스 마지막날 폐회식에 대통령이 연설강단에 섰다. 그때였다. 긴급한 무전이 울렸다. 테러범 4인이 콘퍼런스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최정예 저격수 100명, 경호인력 2000여 명이 회의장에 배치된 상황에서 미친 짓이었다. 이건 자폭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경호원들은 순식간에 대통령을 감싸고 360도로 총을 겨누었다. 밑층에서 총격소리가 들렸다.


“무장공비 1인 사살 남자 추정”


무전이 울렸다.


'사살....?'


무전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다시 한번 총소리와 함께 무전이 전해졌다.


“테러범 1인 추가 사살 여자 추정”


영구가 생각나 온몸이 떨렸다. 그 순간 콘퍼런스 뒷문이 폭발했다. 검은 복면과 복장을 한 2명이 나타났다. 한 명이 손에 잡고 있던 권총을 들어 대통령을 겨눴다. 남자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탄을 몸에 가득 두르고 있었다.


“지금 내가 뭘 차고 있는지 아네? 이게 폭탄이야! 나한테 총알 한방이라도 쏘면 여기 건물이 완전히 박살 난다는 말이야! 총 내려놓으라우!”


목소리가 교장선생님이었다. 교장선생님이 천정을 향해 총을 난사하자 그곳에 있던 수십 명의 VIP들과 경호원들이 바닥에 총을 내려놓았다. 오직 나만 대통령 바로 앞을 막고 서서 교장선생님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복면을 벗으며 말했다.


“총 내려놓으라우!”


뒤에 있는 남자가 복면을 천천히 벗으며 나를 봤다. 울고 있는 웅이얼굴이 보였다. 웅이와 눈이 마주 치자 가슴이 메어졌다.


"모두 죽고 싶지 않으면 총내려놓으라우!"


교장선생님이 나를 향해 총구를 흔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떨리는 눈으로 교장선생님과 웅이에게 겨눈 총을 거두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지난 몇 년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고통스러웠다. 꿈만 같았다. 교장선생님, 웅이 아버지, 웅이, 영구가 북한공작원이라면 도대체 왜 나에게 유도를 가르쳐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 왜… 나를 훈련시켰습니까… 도대체! 왜!"


교장선생님은 내 마음을 읽은 듯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옛말에 말이지.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말이 있디."


교장선생님이 떨리는 검지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순간 건물 반대편에 있던 스나이퍼가 쏜 총알이 교장선생님의 허벅지를 관통하고 순간적으로 10여 발 되는 총알이 폭탄이 둘러져 있지 않은 팔, 다리, 머리에 박혔다. '억'하는 소리와 함께 교장선생님은 피를 토하며 힘없이 쓰러졌다. 온몸이 총알받이가 된 교장선생님이 사이에 두고 웅이와 나는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바라보고 있었다. 웅이의 한 손에는 총이 다른 한 손에는 수류탄이 들려 있었다. 나는 통합 경호관제실에 무전을 보냈다.


"협상을 시도할 테니 저격 보류 요청. 저격 보류 요청. 오버"

"알겠다. 위급시 저격 개시. 오버"


답변이 왔다. 내가 웅이에게 총을 겨누며 천천히 다가갔다. 눈물을 흘리며 웅이에게 말했다.


"웅아… 항복해라…"


웅이는 나한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의미의 고개를 저었다. 우린 아무 말도 안 하고 울고 있는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그때 웅이에게 무전이 오는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감은 웅이는 몸을 옆으로 돌려 대통령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 순간 스나이퍼 1호 사격 개시! 무전이 들리자 나는 웅이에게 몸을 던져 웅이를 막았다. 등에 총알 한발, 허벅지에 한 발이 관통했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안돼!!"


웅이가 소리쳤다. 그리고 다른 저격수들이 쏜 총알들이 웅이에게 쏟아졌다. 총알받이가 된 웅이는 피로 덮여 털썩 쓰러졌다. 나는 웅이에게 기어갔다. 손을 흔들고 소리쳤다.


"그만! 그만!"


하지만 쓰러져 있던 웅이에게 또 한 발의 총이 날아왔다. 피를 토하는 웅이에게 나는 몸을 질질 끌며 다가갔다.


“웅아… 웅아…”


웅이를 불렀다. 웅이가 초점이 흐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힘겹게 입술을 뗐다.


“내레 동무가 있어서 행복했시오….”

"웅아.... 웅아 죽지 마....."


웅이가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웅이의 손목에는 내가 준 스포츠 밴드가 있었다. 내가 적어준 스포츠밴드.


'너는 나의 영웅! 나는 너의 야옹!'


“웅아.. 웅아...."


나는 웅이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나는 다행히 총알이 심장을 비켜 나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국정원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다. 연일보도되었던 북한 간첩의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테러에 대해 부인했고 정신이상자 가족이 북한군 행세를 하며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사건은 한 달도 안돼서 잊혔다.


웅이와 영구, 교장선생님, 웅이아버지가 미친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북한 사람들이었을까? 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웅이와 영구, 교장선생님, 웅이아버지는 나를 정말 좋아하고 아껴주고 사랑해 줬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알고 있다. 밝고 환하고 사랑스러운 그들의 눈빛, 그리고 자신의 임무를 하면서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갈등의 눈빛을. 남북이 분단된 세상에 태어나서 독재자의 지시 때문에 원치 않은 임무를 했을 거라고. 북한에서 테러범으로 태어나 원치 않는 삶을 살게 된 그들도 피해자일 뿐이라고.


웅이와 둘이 갔던 놀이터에 갔다. 모래밭에 숨겨놓았던 나와 웅이의 타임캡슐을 꺼냈다. 우리 둘은 그곳에 서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과 서로에게 쓴 편지를 숨겨 두었다. 30살이 되면 열어보자고 약속했었던 타임캡슐이었다. 타임캡슐을 열어보니 웅이의 새로운 편지가 있었다. 내가 국가대표 훈련소에 들어간 날이었다.




웅이에게.


국가대표 된 거 다시 한번 축하해. 멋진 내 친구야.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삐쩍 마른 너를 보고 남조선 아새끼들은 왜 이리 비실대게 생겼나 싶어서 무시했었어. 그런데 네가 전설의 문어발인걸 알고 나서 신나더라. 나 유도를 많이 좋아하거든.

네가 순식간에 실력이 늘어서 날 이길 때도 질투가 나지 않았어. 이유 없이 네가 좋았던 거 같다. 동무야. 너랑 유도하면서 지냈던 3년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이었어. 넌 나의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야… 늘 건강해야 해! 이제 앞으로 못 보지만 우리 좋은 추억 평생 잘 간직하자. 보고 싶다.

우리 야옹이! 올림픽가서도 너를 이길 사람은 없을 거야! 넌 전설의 문어발 유도왕이니까.

많이 보고 싶다…. 웅아….

웅아. 네가 이 편지를 읽었을 때는 내가 죽었거나 다시 북한에 갔거나 했겠지?

웅아. 보고 싶다. 사실 나 국대시험 일부러 떨어졌어….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거든….

유럽으로 망명한 북조선 배신 당원을 처리하라는 명령이었어…. 웅아…. 나 정말 하기 싫어…. 왜 사람을 죽여야 해…. 왜…. 자유를 찾아 떠난 사람을…. 조국이 너무 무서워…. 하지만 명령을 어기면

나와 우리 가족 모두 죽어…. 너무 무서워 웅아…

너의 영웅이가.


나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또 다른 편지가 있었다. 웅이가 죽기 전날 쓴 편지였다.


웅아…. 안녕….

잘 지내니? 국정원에 들어갔다고 들었어. 우리가 갖고 있는 명단에 너에 이름이 있어서 놀랐어.

제발 내일 너를 안 만났으면 좋겠어.... 내일 작전에 제발 네가 안 왔으면....

만약 네가 온다 해도 난 내 임무를 수행해야 해. 안 그러면 우리 가족이 죽으니까..

하지만 나와 우리 가족이 죽더라도 난 너에게 총을 겨눌 수가 없을 거 같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니... 만약... 정말 만약... 우리 둘이 총을 겨누는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말고 나를 쏴….

나는 우리 웅이가 행복하게 살면 됐어…. 그럼 난 죽어도 돼….

웅아… 너와 매트 위에서 구르며 함께 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웅아… 보고 싶다….


웅이의 편지를 읽으며 가슴이 미어져서 터져 죽을 것 같았다. 타임캡슐에는 숨겨 두었던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다. 내가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이라고 쓴 웅이와 나, 영구, 무진, 궁, 봄이가 함께 찍은 사진, 웅이가 나의 소중한 친구라고 쓴 나와 웅이가 유도복을 입고 손가락으로 브이표시를 하며 웃고 있는 사진, 그리고 웅이의 이름표와 나의 이름표가 있었다. 서로에게 쓴 편지는 약속대로 30살이 되었을 때 읽어보기로 했다. 나는 모래밭에 쓰러져 사진을 움켜쥐고 터질 것 같은 가슴으로 울부짖었다.


"웅아.... 웅아.... 미안해 웅아...."

이전 10화연재소설 내 이름은 야옹이 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