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위기극복
저는 면접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갔습니다. 예상면접질문과 대답을 준비하진 않고 '화술'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갔었습니다. 그때 기억나는 화술로는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거라는 내용이 기억나네요
면접을 보러 서울시인재개발원에 갔습니다. 인재개발원은 예술의 전당이 있는 우면산 꼭대기에 있습니다. 면접대기건물에서 대기 후 면접실 있는 건물로 이동하였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니 3명의 면접관이 앉아계셨습니다. 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몸이 나무처럼 뻣뻣하게 굳는 것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사람이 긴장을 하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었죠. 면접관님들이 긴장하지 말라고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면접에 임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
"최근에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는지?"
제 입에서 나온 대답에 저도 놀랐습니다.
"네, 최근에 교회에서 수련회를 잘 다녀왔습니다."
그게 제 답변 전부였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제 스스로 말을 하고도 의아한 생각이 들면서 면접에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강하게 엄습했죠.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집중해서 어떻게든 만회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나?"
"정책을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9급 시설관리직이 무슨 정책을 만들겠습니까? 5급 사무관이나 행정고시 패스한 분들이 정책을 만들겠죠. 아무것도 모르고 한 말이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기억이 안 납니다. 면접장 분위기가 엉망이었고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아침에 엄마에게 배운 멘트를 용기 내서 외쳤습니다.
"황소를 때려잡는 패기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가 그 말을 외치자 그제야 면접관님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다행히 마무리가 잘 됐다고 생각하고 면접장을 나왔습니다.
공무원 면접은 대기장소와 면접실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면접대기건물에 면접실 건물로 온 사람은 면접대기건물로 돌아가면 안 되었습니다. 면접질문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죠. 면접규정에 그렇게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저는 면접을 보고 처음 와본 서울시 인재개발원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 여기가 서울시 인재개발원이구나, 좋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면접대기자들이 있는 건물까지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제야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면접이 끝나면 곧바로 내려가라고 했지?! 오우 노우!'
저는 부랴부랴 산을 내려가 도망쳤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불안감과 죄책감이 엄습했습니다. 잘못한 거에 대해 이실직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재개발원에 전화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물론 제 휴대폰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제 번호를 추적해서 저를 떨어뜨릴지도 모르니까요. 공중전화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 제가 오늘 면접을 봤는데요.... 면접을 보고 바로 집에 가야 하는데 인재개발원 구경하다가 면접대기건물까지 올라가서 규정을 어겼습니다.... 면접자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규정을 어겼는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금 담당자가 자리에 없는데요?'
'아.... 그럼 담당자님께 내용을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세요.'
'아.... 네.....'
저는 저의 잘못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한편으론 안도하며 우면산을 내려왔습니다. 다행히도 며칠뒤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준비성이 없는 저는 중요한 면접도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중요한 지침도 잊어서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방치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철저한 준비성과 똑똑하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