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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Aug 03. 2022

그래도 살고자 하는 마음

우울을 달래보려는 글쓰기 

고작 이틀에서 14일로 삶을 연장한다고 뭔가 달라질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
(중략)
- 당연하지, 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기회를 맞닥뜨린다는 거잖아.
살아 있어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기라도 하지.  
- 책 '천개의 파랑' 中



일주일의 휴가를 보내고 (거의 집에서만 생활했지만) 직장으로 복귀한 이번주 월요일, 아주 오랜만에 '이건 정말 위험하다' 싶은 우울감을 마주했다. 늦은 밤이었는데 열어둔 창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텁텁한 더위를 잠깐이라도 잊게 해주는 기분 좋은 느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대로 뛰어내린다면 더 시원하겠지?' 라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커다란 회의감을 느꼈다.


"왜 여전히 죽는 생각을 하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은 언젠가 끝을 맞이한다. 죽음은 결코 멀고 먼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자연스러운 과정 그리고 결말.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죽음은 온다. 하지만 나는 아직 때가 아닌 죽음을 상상하고 바라곤 한다. '자연스럽지 않은 끝' 흘러가는 대로 살자고 말하면서 왜 흐르도록 두지 않는걸까?


답은...모르겠다. 여전히 모르겠다. 

음, 너무 힘들어서 '어차피 죽을건데, 죽으면 끝이니까'라는 생각 자체가 도움이 되는 면도 있고 순간이지만 속이 시원해진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너무 오래 해와서인지 점점 죽음이 구체적인 형태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자살 시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죽음을 생각하고 바라는 시간이 길어지면 살아있는 지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잖아.


그저께 그 생각한다고 잠을 1시간 밖에 못잤더니 어제는 집에 가자마자 뻗어서 12시간을 자고 출근했다. 역시 충분한 수면이 삶의 질을 바꾼다는 말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닌 것 같다. 어제도 뭐라도 써보려고 했는데 한줄도 제대로 못 쓰고 관뒀다. 오늘은? 열심히 쓰고 있지 않나! ㅎㅎ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부디 충분히 수면시간과 질을 잘 챙기시길 바란다.


앞서 '너무 힘들어서'라고 말했듯, 나는 요즘 힘들다. 힘들다는 건 알겠는데 왜 힘든지는 모르겠다. 

뭐가 힘들까? 계약직이긴해도 일을 하고 있다. 원하는 일과 가장 가까운 일을 하고 있다. 

예전엔 일을 구하면, 돈을 벌기 시작하면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았는데 이 놈의 인생은 그게 문제가 아니였나보다. 시간 조율과 개인적인 일정을 이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한 곳에 정착해 오롯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생활이 익숙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못할 것도 없고 안 할 것도 아니지만 마냥 직장 적응에만 신경을 쓰면 '개인으로서의 나'는 점점 더 방치 될 뿐이다. '개인으로서의 나' 는 언제나 내 인생의 화두였다. 직장을 가지고 돈을 번다고 해결된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나보다. 


브런치에 글을 정기적으로 쓰겠다고 대찬 포부를 밝힌 것도 벌써 6개월 전의 일이다. 일이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내 이야기를 정리하거나 쓸 시간, 여유를 스스로 허락하지 않았다. 급하게 굴지 말자고 내담자나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정작 나는 빨리 뭔가가 되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나'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야. 자꾸만 스스로를 다그치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죽으면 끝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글을 쓰다보니 이해가 된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이렇게 글을 쓰는 건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자는 마음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아주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급하게 굴지 말자.

모든 걸 극단적으로 맺음지으려 하지말자.

직장을 인생의 전부 또는 핵으로 두지 말자.

-

쉬는 건 중요하지만 쉬기만 한다고 인생이 나아지는 건 아니더라.

개인으로서의 나가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방치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을 쓴 것처럼 해오던 일들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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