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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12. 2017

누군가를 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를 잃는 최고의 방법을 택했다.





*

속으로 생각을 많이 한다.

이 감정이 어떤 것일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을까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을까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을 만났었다.

물론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맙고 신기해서 

내 마음 따위 안중에도 없이 그 고백을 받았고 

짧은 순간에 나는 누군가의 여자 친구가 되었다.


관심이 부족했던 걸까

사랑이 부족했던 걸까

정확히 무엇이 부족했는지 콕 집을 수는 없지만

늘 부족했고 불안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관심이나 사랑을 받으면 

좋은 마음과 동시에 늘 애달펐다.

"나는 누구를 만나면 나를 완전히 죽이는 것 같아. 

마치 그 사람을 위한,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되려고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게 처음엔 참 좋은데 시간이 흐르면서 너무 힘들어져.

그러면 지치고 상대가 미워지다 못해 나 자신이 못나게 보여.

사랑을 하는 건지....

사랑이 어떤 건지 내가 알기는 하는 걸까"

첫사랑이라 불렀던 사람에게도

그다음 사람에게도

최근의 사람에게도 

굵직한 몇 년의 연애의 끝엔 늘 물음표가 붙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는 상대에 따라 달라졌다.

그러나 인생은 연기가 아니기 때문에

원래의 나는 늘 아팠고 

이따금씩 그리고 점점 자주 폭발했다.

그 폭발은 나도 당신도 

모두 한 줌의 재가 되게 했고

까맣게 타버린 우리의 추억은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바람 한 번에 모두 날아가 사라져 버렸다.


원래의 내가 죄라도 지은 것처럼 

너무나도 못나고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상대에게 딱 맞는 사람.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나는 이제 이제 이제 그냥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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