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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ietto Oct 18. 2020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똑같은 우리 인생

유년시절을 호랑이보다 무섭던 군무원인 아버지와 한 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머니 아래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그렇게 큰 이벤트 없이 보통의 소녀로 보냈다. 사춘기 시절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질풍노도의 시기도 짧았고 딱히 반항이라고 할 행동도 해 본 적 없다. 나는 그렇게 흔히들 말하는 FM의 길을 걸었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직업이 보장된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 때 소울메이트들을 만나 원 없이 신나게 놀았다. 작고 예쁘장한 외모 덕분에 연애도 곧잘 했다. 고민이 별로 없었던 나는 앞으로도 내 인생은 이렇게 평탄하게만 흘러갈 줄 알았다. 


첫 직장에서 개성 강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잠시 힘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의 인생은 저 수평선 마냥 잔잔했다. 사랑 빼고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없었다. 건방진 인생의 흐름이 나를 착각 속에 빠뜨렸다.


오래 알고 지낸 비버와 결혼을 했고 나는 그렇게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도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불행 질량 보존의 법칙은 존재했다.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암 진단을 선고받았다. 그것도 이미 진행이 많이 된 듯해 임파선 전이까지 된 상태였다. 정신 차리고 완치 판정을 기다리는 4년째 다시 암 재발 판정을 받았다.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인생이 무너져만 내리는 줄 알았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정신을 다 잡을 수가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어려웠다. 내 뜻대로 흘러가던 시간 앞에  큰 장애물이 막고 비켜주질 않았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놀랐다가 왜 하필이면 나인지 하는 뚜렷한 대상도 없는 허공에 대한 원망을 수 없이도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빌어봤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날들이 많아졌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드라마 주인공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사고는 불행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나만 빼고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 때문에 더욱더 그간의 시간이 힘들었다. 


불행 질량 보존이 법칙을 믿는다. 지하 10층에서 한줄기 빛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더라도 어둠 끝에는 빛나는 일들이 반드시 기다리고 있으니 오늘을 더 힘내어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비를 잃었다'가 그분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힘든 일을 겪을 우리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비 : 목 중앙 식도 앞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인 갑상선의 모양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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