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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ietto Aug 06. 2020

내가 암환자라고요?

암과 친해질 줄이야

 그러니깐 결혼하고 딱 반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해 여름도 휴가 계획에 들떠 여기저기 쇼핑몰을 뒤지며 바캉스룩을 준비하고 있었다. 방콕에서 입을 비키니를 생각하며 신이 한껏 날 법도 한데 이상하게 축축 쳐지고 자꾸만 피곤했다. 게다가 낮잠이라고는 자 본 적도 없는 내가 병든 닭 마냥 꾸벅꾸벅 졸아댔다. 그러다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목에서 볼록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대수롭지 않았다. 동네 내과에 가서 검진을 받기로 했다. 초음파로 목 주변을 살펴보고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검사는 계속 길어졌고 담당의는 세침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당시에는 세침검사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리 심각한지도 몰랐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검사 결과보다 병원 진료 후 부부 여행을 위한 쇼핑으로 마음이 들떠 있었기에 정말이지 세상 신나게 내원을 했다. 뒤에 다가올 일은 전혀 모른 채.

 마주한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한 장의 종이를 보여주시며 99% 암이라고 하셨다.

더불어 모양도 크기도 안 좋아 보이고, 주변 임파선에 전이도 의심된다고 하셨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꽃다운 30대 초반에 암이라니. 그것도 임파선 전이까지 진행된 것 같다니.


그렇게 나는 암환자가 되었다.


 우리 가족은 백방으로 갑상선 명의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수소문했다. 지금이야 뭐, 거의 상담가 수준으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엔 혼이 나가 정신이 없었고, 처음 겪는 일이라 여기저기 병원을 알아보는 것만 해도 벅차고 힘들었다. 선택 방안은 3곳이었다. 부산 쪽에서 유명하다는 ㄱ병원, 그리고 서울권 2곳. 유독 뜨거웠던 7월 먼저 가까운 대학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타 병원 진료일지를 보여드리고 상담을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나의 케이스는 갑상선 전절제 수술 후에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하셨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설명에 그저 눈물만 쏟을 뿐이었다.


 지방에서 수술을 진행할까도 했지만 여러 사례를 보니 갑상선 암 수술은 특히 임파선 전이가 된 경우에는 손이 정교한 그리고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물론 타 병원에도 훌륭하신 명의가 계시지만 그래도 단연코 우리나라 최고라고 믿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일 년 같은 일주일이 흘렀다. 아마도 그동안 흘린 눈물을 다 모으면 사막에 가뭄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당시의 나는 자꾸만 미친년 같이 울어댔다. 시도 때도 없이 눈치도 없이 자꾸만 흐르는 눈물 때문에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니깐. 우여곡절 끝에 예약된 날짜에 서울로 상경을 했고, 갑상선암센터에서 외래 교수님께 진료 후 수술을 받기로 하였다.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이후에 진행될 수술과 치료법들을 듣는데 이성과 다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방콕 가서 뽐낼 비키니를 고르고 고르며 이건 좀 그렇고, 저건 좀 그렇다. 이러고 있었는데 이제는 제발 건강하게 살게만 해달라고 빌고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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