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부처님은 나라가 쇠퇴하지 않는 일곱 가지를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생각해 보면 첫 번째, 나라에서 자주 회의를 열며 회의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것. 국가의 형태가 공화국인 것이다. 두 번째, 국민들이 서로 화목하며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것. 민주정을 말씀하신다. 세 번째, 사람들이 정한 규칙과 법률을 깨뜨리지 않고 중시하며 함부로 고치지 않는 것. 모든 이에게 공평한 법치주의 정립이다. 네 번째,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며 순종하는 것. 공동체 기본 질서를 강조하신 말씀이다. 다섯 번째, 남녀가 고유의 의무를 수행하며 여인들은 행실과 덕행이 참되고 남자들은 강압적으로 이끌거나 약탈하는 법이 없는 것. 사회 각 계층간 질서에 약자를 위한 배려가 우선일 것을 말씀하셨다. 여섯 번째, 조상을 모시고 조상을 숭배하는 것. 이어온 역사가 질서있고 연속적으로 이어질 것을 말씀하셨다. 일곱 번째, 도와 덕을 숭상하고 계율을 지키는 수행자가 찾아오면 후하게 맞이하는 것. 상호간 예절과 상호간에 대한 예절을 강조하는 사회를 말씀하신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곱가지를 잘 지키는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결혼한 지 27년, 연애 기간까지 합치면 집사람과 함께한 시간이 30년이다. 그런데 싸웠던 기억이 없다. 감정이 안 좋았던 때를 기억해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상호간 존댓말을 쓰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신혼 초기 부모님, 장인, 장모 앞에서도 서로에게 말을 높였다. 서로가 말을 놓으면 주변 사람들도 함부로 대할 것 같아 늘 존대한다. 가구를 구입할 때 더 자주 대화를 하고 함께 더 좋은 선택을 위해 고민한다. 이번 무선전기 청소기를 살 때, 기능에 비해 더 비싼 듯하여 망설였으나 결국 사용 빈도수가 많은 이가 결정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취미가 독서로 같은 점도 도움이 되었다. 책과 관련하여 인문학과 소설 쪽은 내 마음대로, 사진과 영화는 집사람 마음대로, 나머지는 공동으로 구역으로 나눈 것도 좋았다. 영역 구분! 시댁과 친정이라는 각각 구역에서 벌어지는 일과 사건들도 각자 알아서 먼저 대응한다. 혼자 감당하기 힘들 때는 당연히 함께 대응하지만 웬만하면 알아서 해결한다. 아주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지켜보는 것을 첫 번째 가치로 지금껏 여겨온 것이 주요했다. 경제적으로 아주 풍요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쳐다볼 만큼의 삶은 아니나 우리 가정의 소소한 가계는 계속 이어지고 지금도 아무 일이 없다. 싸우지 않고 사는 법은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지금 세계적 관심사는 ‘평화’다. 평화는 전쟁의 반대 개념이거나,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간 존중하고 귀히 여기며 아끼는 것이다. 아무 일 없이 평온한 상태로 서로 간 영역을 침범함이 없이 각자 의견을 나누고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늘이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든 싸우지 않고 사는 법은 없을까? 어쩌면 더 간단하지 않을까? 싸우기 위해, 더 잘 싸우고 이기기 위해 연설을 하고 이해를 구할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가정이든 회사든 국가든 몇 가지 확실한 원칙을 세우고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며 다름을 줄이기 위해 대화를 한다면 어떤 단위의 공동체라도 폭력없는 문제 해결 방법이 가능할 것 같다.
오늘 뉴스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빠지지 않았다. 화면을 보면서 내가 과거를 다룰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던 시간으로 돌아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을 막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한다면,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2년 전 영국 BBC에서 푸틴의 소식을 전했다. 이번 전쟁 종전협상 조건으로 전쟁으로 일그러진 푸틴의 체면, 즉 '러시아의 체면 치레용' 행동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자신의 계획대로 전쟁이 단기전에 끝나지 않고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종전 협상을 위해 꺼내든 여러 카드 중 하나가 오래전 고대로부터 언급되어 왔던 체면이란 것이 아쉽다. 체면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이라는데 과연 푸틴에게 체면이 남아있을까 싶다. 명분없는 전쟁을 벌이고 그 퇴로를 체면이라는 단어를 빌려 자신 헛된 권위를 과시하고 싶은 푸틴처럼, ‘체면’이라는 단어가 가까운 정치가 일 수록 영웅의 가면을 쓰려하는 전쟁광이자 독재자 임이 분명해 졌다. 체면을 국민의 목숨보다 더 챙기는 우리 근처의 위정자들을 잘 살펴봐야겠다. 전쟁이 장기화가 되면서 단기전으로 예상했던 러시아가 입은 피해도 커 보인다. 막대한 전쟁 비용, 많은 사상자, 서구사회의 경제제재는 러시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핵전쟁, 3차 세계대전 시작이라는 무서운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이익 즉,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등 물질적으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러시아가 얻는 이익은 없다.
정신적으로도 한 개인이자 독재자인 푸틴의 '옛 러시아 영광의 재현'이라는 헛된 구호 외엔 얻을 것이 없어 보인다. 그게 러시아 국민들에게 정신적인 보탬이 될 리는 없어 보인다. 인류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전쟁을 아직도 경험하고 있다. 오로지 자신이 속한 제국의 안전과 확장만을 생각하는 지도자는 영웅을 꿈꾸는 전쟁광으로 변질된다. 혹은 잔혹한 독재자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반복된다는 것, 그게 참 아쉬운 대목이다.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제일 좋은 전쟁보다 낫다.'는 명언이 현재 절실해 보인다. 이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통해 우리도 ‘싸우지 않고 사는 법’을 제대로 연구하고 준비하고 기억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바 ‘평화’를, 싸우지 않고사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고 간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