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해나 Jan 18. 2024

애정 편지

밥은 잘 챙겨 먹고, 잠은 잘 자고 있어? 나는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주마등처럼 기억을 훑어보니 정신이나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일이나 했어야만 하는 일들을 하거나 어떤 상황이 그렇게 되면서 무언가에 방어하고, 공격하고, 약한 부위를 꾹 누르면서도 몸을 웅크리고 맞는 자세를 취하듯이 나를 보호하기도 했었어.


그래서 무언가를 하면 된다는 마음에 공감도 됐지만, 균형과 건강에 깊은 사려를 주는 방공호 같은 마음이 없으면 좋은 생애의 자신이 될 수 없다고 확신했어.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어서 오랜만이라고 느끼는 온전히 휴식하는 일상의 평온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뜀박질하지 않을 수 없고 강박도 많은 성정이라 마냥 편안한 일상보다 복잡하고 무거운 고뇌에 능했기에 안정감을 잃거나 흔들리거나 준비와 대비가 덜 됐다고 느끼거나 조바심이 나기 쉬울 거야.


매 순간, 어쩔 줄 모르겠는 난처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와 어떤 미래가 얼마나 힘들지 미지해 막막하다는 근심을 위해 품을 내기도 할 거야. 그럼에도 내 생애를 긍정하는 마음도 관성처럼 가지려고 해. 최근에 그러한 관성을 주는 위안은 아픈 일이 많아서 상처가 깊었어도 이제 좋은 일이 오기에 행복을 기다리거나 찾기만 하면 된다는 언어를 주문처럼 외우며 평안을 소원하는 마음이야.


나는 작은 것에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거대한 것조차 사냥할 위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고, 자신에 엮인 위대함을 일부라도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니 의식적으로도 조금이나마 나를 믿어주려고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짐들을 내려놓으려고 해. 그렇게 더 성장하며 자신을 더 연구하고, 나조차 전부 알 수 없는 나를 위하는 마음을 어딘가에 심고, 내가 만족을 주는 일을 틔우고, 만족이 낮았더라도 알 수 없는 세계에 발걸음을 디뎌 보려고 마음을 실을 수 있겠지.


더 많은 자매들에게 사랑을 선사할 수 있겠지. 나는 가치관이나 시간이 맞닿은 사람들에게는 잠시일지라도 줄 수 있는 나의 부분이 있다면 전부라도 주고 싶어. 그렇기에 난 내 일부를 준 네가 시간이 지나도 빛을 내는 찰나와 애정하는 문단을 연상하는듯이 누리게 되는 감각으로 생애를 채울 수 있길 바라. 돛단배 같은 친애를 네가 안녕한 날들을 위해 띄워 보낼게. 평안할 너를 사랑하며.

이전 09화 단편: 연수와 재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