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해
말해도 말해도 왜 말은 화수분처럼 넘쳐날까. 팟캐스트를 시작해야겠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팟캐스트가 좋은 방법 같다. 나는 설득을 잘한다. 그러나 모두를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 일단 그럴 능력이 부재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이다. 호르몬에 지배당한다. 사회에 대해 간접적으로 억압받지만 그것을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나의 보편성을 인지하고 있고, 누군가를 지켜보는 제삼자이기도 하다. 어떤 문제에 관심 가지고 그것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나를 해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동생의 말처럼 사람은 30대가 되면 정말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침묵해도 된다. 내가 혼자 모든 것을 발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발언하고 싶다. 나는 발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무도 나처럼 발언을 안 한다. 그래서 내가 나서서 발언하게 되는 기회를 잡고 발언해서 내가 말을 잘하며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예의 있는 말을 전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공표하는 것도 좋은 일 같다. 그러나 그래서 내 발언을 조심히 하고 남동생처럼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소수자라 극단성에 치우치기 쉽기 때문이다. 누구나 극단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다.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 누구나 매우 예민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될 수 있기에 누구나 배우고 장기적으로 행복할 권리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성적이라는 결과가 잘 나오고,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나는 사랑이 많고 생명을 사랑하고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누군가 사랑을 주면 그것이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애를 해도 본질적으로 외로움은 있으며 누구나 외롭다. 외로움은 모두에게 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에게 좋은 칭찬을 해주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고 실질적인 도움의 정보를 찾아주면서 공존해야 한다.
공존은 중요하다. 나는 강간이 살인보다 무섭지만 다른 남성은 살인이 최악의 가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격적 말살은 상대적이다. 나는 남자 무리를 통해 모멸감과 수치심을 크게 느낀 적도, 여자 무리를 통해 따돌림과 거짓된 소문, 내가 숏컷이라는 이유로 레즈라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따돌림을 많이 겪고 누군가와 매번 싸웠다. 그러나 이제는 처음 보는 어떤 사람도 나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하고, 쉽게 호감을 가지고, 칭찬을 잘하고, 쫑알쫑알 말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에 맞게 차분하게 말하도록 변화할 수 있고, 넉살 좋은 긍정적인 성격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소수성이 많다. 불안 장애, adhd, 페미니즘, 가족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고 있지 않는지, 방관하고 있지 않은지 죄책감 강박, 나의 소수성에 대한 편견과 낙인의 걱정, 편견이 많을 수 있는 소수성인 정신질환,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 페미니즘 정체성을 가졌다.
그러나 나는 1020 남성과도 대화할 것이다. 나는 남성에 대해 겁이 없고 사회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관점도 흡수하고 배울 것이다. 나는 편견 받기 쉬운 위치지만 누구나 편견을 받을 수 있는 소수성과 취약점, 트리거가 있다. 그렇기에 이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단계를 밟아나가면 된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사고하기 위해 나와 다른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하고 상냥하게 공감하고 경청하면 된다.
사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담센터 선생님과 상담할 수 있다. 사회가 피가 철철 흐르는 몸 같은 정신을 보고 개인의 의지와 자연 회복력으로 극복하라고 이야기할지라도 우리는 똑똑해서 정신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좋은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사람과 교류가 원활한 성격을 형성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과 그 사람과 나의 속도를 대화로 조율해서 거리를 두고 천천히 대화할 수 있다. 연락, 스킨십, 대면 만남, 예의 없다고 생각하는 행동 등등을 말하고 조절해서 둘 다 서로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 상냥하게 거절할 수 있다. 상냥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상냥하게 대하면서 상냥하지 않은 사람도 알고 보면 그렇게 내게 나쁜 사람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트리거에 취약하다. 누군가 센 말투로 욕을 듣는 것이 괴롭다. 소음이 괴롭다. 바깥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는 곳이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내 생각보다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작은 걸 느긋하게 여유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나씩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사람을 대할 때 저전력 모드도 필요하다. 나는 고전력 모드로 사람을 대한다. 그 사람 맞춤형 인간이 되고 싶다.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불편하지 않게 해 주기 쉽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내가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 사람의 말투, 표정, 몸짓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평균보다 쉽게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에너지를 많이 쓰더라도 사람과 교류하는 건 즐겁다. 그러나 나는 휴식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친한 사람과는 에너지를 덜 쓴다. 왜냐하면 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 정체성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사적으로 가끔 만나는 심리학 교수님께 내가 동성애하고 정신 질환이 있다는 것을 털어놓고 싶을까. 남동생 때처럼. 나는 그냥 나와 같은 당사자성이 있는 사람들만 주로 만나야 마음이 편한 성향 같다. 교수님이 반지를 물으면 나중에 얘기해 드릴게요라고 이야기하기 쉬우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 말하지 않고 넘기는 것은 넉살, 융통성, 사회성이 된다. 그러나 상냥한 여자에게는 말하고 싶어 진다. 그가 호모포비아여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냥 나는 말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할 때 거짓된 나를 덜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면모면서도 진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다.
남동생이 내게 이기적이라고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른다. 그 말이 내게 충격이었던 이유는 내가 이기적이지는 않은 인간이라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 남동생은 센 단어를 쓰지만 결국은 나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고 나는 남동생에게 의지한다.
나는 남동생 말처럼 그냥 살고 있는 사람한테 불편하고 거대한 진실을 갑자기 내뱉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정직해지고 싶다. 과잉 정직일지도 모르겠다. 답답해서 그렇다. 남동생 말이 맞다. 전 세계를 봐야 한다. 전 세계는 퀴어 친화적으로 가고 있다. 나는 졸업하고 해외로 떠나면 된다. 부모님께 연락은 자주 드리면 되고, 돈과 영어를 열심히 습득하면 된다. 이 모든 것 해외로 떠나면 별 것 아닌 일이 된다. 왜냐하면 퀴어 친화적이고 다양성 많은 해외로 가면 내가 일상적으로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를 정말 사랑한다. 우리의 존재가 사회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아이 양육도 고민하지 않았을지 생각하며 인간의 가족성에 대한 것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는 여자친구와 함께 날씨가 청명한 호주 같은 곳에서 여행 다니면서 살고 싶다. 그러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에 있으면 계속 취약한 트리거에 마주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적응하려고 해도 집단주의는 나를 빈도 높게 커다랗게 나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성형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한국과 맞지 않는 것이다. 내 기질과 정체성이. 한국 사회를 전부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외국으로 떠나면 된다. 나는 학력주의, 외모지상주의, 퀴어혐오주의에 당사자성이 있고,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호불호가 강해서 튀는 사람인데 조금이라도 튀면 낙인찍히는 집단주의가 지치고, 사실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예뻐야 하고 얼마나 착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사회를 만족시키는 여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예민한 예술가다. 대부분 나의 해구 같은 내면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들 비위가 평균인데 나는 남들한테 보이지 않는 싫은 것이 선명히 보여서 에너지가 쓰인다. 남들은 나와 달리 평균적으로 흐린 눈을 하면서 살 수 있다. 360P 정도로 근데 나는 오감이 8K다. 그래서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도 쉽게 받고 공감 능력도 과잉이고 진솔하고 싶어 하고 답답함을 자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는 그냥 길거리에서 우는 위태로워 보이는 사람이 되기 쉬우니까 나의 감정을 글로 계속 정리해야 한다.
나는 알고 있다. 과거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자살했다. 그거에 슬퍼할 수 있지만, 나도 남동생처럼 유적이 되기 싫다. 깊은 정신 아픔으로 자살하고 싶지 않다. 아직도 나는 나를 증명해야 할 것 같다. 돈을 잘 벌지 못하고 성적이 나쁜 나는 죽어야 마땅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내게 채찍질을 한다. 그게 나를 더 무언가 할 수 없게 만든다. 근데 자책을 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내가 더 잘해야만 빠르게 성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빠르게 성공하면 빠르게 무너지기 쉽다. 한국 사회는 급격히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사람들의 정신은 많이 아프다. 좋은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이 인간성을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정신 건강을 필수로 검사받고 주기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천천히 실패하고 천천히 성공하고, 작게 성공하고, 작게 실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욕과 센 말투를 듣는 게 힘들다. 불호인 후각, 미각, 촉각, 청각, 시각을 감각하는 게 괴롭다. 집에 혼자 누워 있지 않으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서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공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짐은 가볍게 들어야 많이 움직일 수 있다. 충전기는 챙겨야 한다. 알람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매일 생각나는 즉시 메모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성향에 맞춰서 이게 혹시 괜찮냐고 물어보면 된다. 여자친구에게 이 행동이 조금이라도 아프지 않은지 이 말, 이 습관, 이 속도, 이 시간이 괜찮은지 편안한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물어보면 된다. 거절을 잘 못하는 상냥한 사람에게 거절해도 된다고 말하면 된다. 부모와 친척을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사람에게 침묵해도 된다. 그건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천천히 가면 된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면 된다. 동성애와 예민한 기질 때문에 한국이 힘들면 해외로 가서 살면 된다. 해외서도 가족과 정기적으로 연락하면 된다. 나는 해외로 갈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과 교류를 잘한다. 상냥하다. 다정하다. 공감 능력이 좋다. 내 기질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인간의 말을 들어 보려고 한다. 그래서 납득 가면 빠르게 나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 기질이 급하다는 걸 알아서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는 걸 안다. 나는 젠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건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반이 잘 되어야 한다. 기초 공사를 단기적으로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
지금은 여자친구가 좋다. 남동생이 좋다. 상담 선생님, 친한 언니, 오랜 친구들 같이 내 주요 정체성이 받아들여진 사람들이 좋다. 재밌는 무언가를 배우는 게 좋다. 정체성을 얘기하지 않고도 낯선 사람과 스몰토크로 그를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만드는 게 좋다. 내 의견을 정리해서 말하는 게 좋다. 말하면서 내 무의식을 꺼내고 잊었던 것을 다시 깨닫는 게 좋다.
예술을 하는 것이 좋다.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는 것이 좋다. 편지를 쓰는 것이 좋다. 여자친구와 농담하는 것이 좋다. 남동생을 생각하며 웃는 것이 좋다. 인터넷으로 연락하는 페미니즘, 퀴어 친화적인 여성들과 연락하는 게 좋다. 다 잘 될 거라고 되뇌는 게 좋다. 자연재해와 전염병 같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게 좋다. 내 감정에 대해 공감받는 게 좋다. 페미니즘과 정신 건강에 대한 지식이 많고, 공감 능력이 좋고, 말을 잘하고 상냥한 여자가 좋다.
여자친구가 좋다. 남동생이 좋다. 여자친구를 사랑한다. 남동생을 사랑한다. 그들이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고 싶기에, 싫거나 안 해주었으면 하는 게 무엇인지 계속 물어보고 싶다. 사소한 말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물어봐서 싫어할 것을 차단하고 싶다. 그래서 남동생도 여자친구도 나를 계속 장기적으로 좋은 양방향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사랑을 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원하고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고 싶고 받고 싶다. 조율하고 합의해 가고 싶다. 둘에게 많이 감사하다. 이것은 사랑이다. 둘 다 건강하고 많은 빈도로 사랑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