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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나 Oct 18. 2024

어떤 평생에 대한 사과

엄마 사랑해

나는 엄마에게 몇 분 전 전화로 이런 글을 낭독했습니다. 수정된 부분 있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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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엄마가 카드값 많이 나왔다고 나 혼냈잖아. 근데 아빠는 나 안 혼내고 다정하게 나를 대해 줘서 나 믿어줘서 아빠한테 내가 돈 어떤 부분 아낄 건지 쓰고, 나 계획도 많고 공모전도 나가고 싶은 거 많고, 교수님들이랑 언니들까지 나 좋아해 주고, 리더십 있다고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있고 남동생을 존경하고 있고 아빠가 나를 믿어줘서 고맙다고 카톡으로 길게 편지 썼어 그리고 생각이 많아졌어 나는 사실 엄마한테 예전에 경제적 지원 더 받고 싶었다고 내가 평생 말하지 못했지만 얼마나 내 삶이 마음이 아팠는지에 대해 장문으로 길게 글 썼을 때 나도 몰랐는데 나는 엄마한테 그냥 아 내가 힘들었구나 나한테 실수한 부분이 있구나 나한테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을 바랐어 그러니까 아빠처럼 그냥 사과를 해주길 바랐어 그리고 그냥 내가 실수를 해도 내가 엄마가 200만 원짜리 팔찌 잃어버려도 엄마를 혼내지 않고 위로하고 보듬어주었던 것처럼 나를 혼내지 말고 다음에는 안 그러면 되고 나 믿어준다는 다정함이 필요했어 어제도 내가 돈을 많이 쓴 부분은 잘못했지만 엄마가 나를 혼내지 않고 이제 실수 안 하면 된다고 다정하게 얘기해 주기를 바랐어 왜냐하면 나는 원래 자책을 나한테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거든 속으로


왜냐하면 나는 내게 무척 엄격해. 성적 같은 결과가 못 나오면 작은 실수에도 크게 혼자 나를 마음으로 혼내고 분노해. 심리학 수업에서 들었는데 내가 작은 실수에도 나를 혼내는 이유는 어릴 때 부모가 내 실수에 분노랑 짜증 같은 사적 감정을 담아서 감정적으로 나를 혼내서 내 마음에 나를 매일 혼내는 부모가 존재하는 거래. 근데 나는 이걸 엄마아빠 탓으로 돌리려는 게 아니야 엄마아빠도 많이 고생해서 여유가 없었잖아. 엄마도 내가 힘들었다고 하는 글 그때 다 읽었잖아. 나는 엄마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주길 바랐어. 나는 엄마를 용서할 정도로 엄마를 사랑하니까.


근데 남동생이 그랬잖아 부모는 뇌가 굳어서 절대 안 변한다고.  하지만 나는 남동생한테 보여주고 싶어. 부모도 더 좋게 변할 수 있다고. 이제 엄마가 나한테 친정, 돈 문제로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거 듣는 게 마음이 너무 힘들어. 왜냐하면 나는 거의 7살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 들었으니까. 내가 엄마 얘기 안 들어주면 엄마는 왜 딸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냐고 그랬잖아. 엄마 그거 나한테 죄책감 주는 거야. 나는 그걸 평생 들었다 보니까 내가 태어난 걸 후회했어. 내가 태어나서 엄마가 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라고 죄책감을 가졌어. 내가 죽어서라도 엄마가 행복해진다면 죽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엄마는 늘 말해. 아빠랑 자식만 아니었으면 부잣집에서 명품 두르고 살았을 여자라고. 근데 엄마, 엄마는 지금까지 엄마의 선택을 한 거야. 지금이라도 엄마가 마음을 먹으면 아빠랑 이혼하고 부잣집 남자 만나러 떠나는 것도 우리 아무도 못 말려. 남동생이랑 아빠 나 모두 엄마 못 이겨.


그니까 엄마 내가 바라는 건 엄마가 남 탓을 많이 하고 내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 않았나, 사과를 안 했던 것에 대해 나는 엄마가 바뀌어주면 좋겠어.


아빠랑 남동생이랑 나는 진심으로 사과를 할 줄 알아. 근데 엄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 가족을 위해 변화해 주면 좋겠어.


그래서 나는 엄마가 상담센터 가서 개인 상담을 하면 좋겠어. 지금 우리 가족 중에 나는 엄마랑 대화하는 게 제일 마음이 힘들어. 엄마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그냥 나는 우리 둘 다 실수를 인정하고 서로 사과하고 서로를 바꿔나가고 엄마에게 혼나고 싶지 않아. 엄마가 나를 혼내고 짜증을 내면 나는 그런 것에 취약한 사람인데 그걸 많이 참았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


근데 그건 엄마 탓이 아니야. 엄마는 어릴 때 아빠를 잃었고 지금은 엄마도 없고 의지할 부모가 없어서 억울함을 나한테 풀고 싶은 거라는 거 알아. 근데 나는 엄마가 엄마가 변할 생각이 없고 내게 하소연만 하면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파.


엄마 성격이 급한 부분은 천천히 내가 너무 흥분하고 있고 짜증 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봤으면 좋겠어.


나는 내가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는 거 아니까 지금 좋은 학교 선생님이랑 무료 상담받고 있아. 엄마는 내가 아니라 상담 선생님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해야 해. 진주 상담센터 무료도 있어. 사설이라도 돈 알아보고 주기적으로 받아보면 좋겠어. 엄마는 부모가 없잖아. 그건 주기적으로 상담받을만한 일이야.


사실 남동생은 말을 잘해. 근데 엄마아빠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자기에 대한 말을 잘 안 하는 거야.

아빠는 나한테 사과했고 나한테 미안해하고 나한테 다정해. 그건 중요한 거야. 내가 실수해도 쉽게 짜증내거나 혼내지 않는 거. 나는 혼내지 않고 자기 잘못을 사과하는 부모가 있어야 더 반항심이 없어지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진심으로 노력하고 엄마가 나를 진짜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야. 엄마가 내게 기분에 따라 짜증 내고 혼내면 나는 엄마가 나를 진짜 사랑하는지 믿기가 힘드니까. 조금 더 나를 다그치지 않고 차분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


아빠는 나로 인해 좋게 변했어. 이제 엄마가 변해줄 차례야. 엄마가 변하면 남동생도 엄마가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을 거고 내가 남동생한테 엄마에게 더 다정하게 대하라고 옆에서 중재해 줄게. 아빠한테도 엄마가 짜증을 덜 내고 더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상담 선생님한테 엄마가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털어놓으면 좋겠어. 왜 엄마는 사과를 하는 걸 잘 못하는지도 알아보면 좋고. 사과하는 건 지는 게 아니야 엄마. 그건 사랑한다는 거야.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건 아빠랑 우리 때문이라고 탓하는 게 전부가 될 수 없어 엄마는 지금 50살이 넘었고 엄마도 엄마의 선택을 한 거야 나는 엄마가 엄마 탓을 하라는 게 아니라 우리 탓만 하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짜증을 많이 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라는 거야.


나도 엄마한테 잘못한 부분이 있어. 그걸 엄마가 말해주면 나는 사과를 하고 바꿔보려고 할게. 내가 엄마랑 전화를 잘 안 했던 이유는 엄마가 외모 평가 같은 말처럼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계속하고 내가 친정 문제 같이 내가 힘들어하는 말을 계속하면서 변해주지 않아서였어. 나는 상담 전문가가 아니라 22살인데 계속 나를 하소연 들어주는 사람으로 사용하고, 나를 엄마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해서 나는 그게 힘들었어.


나 지금도 내 외모 진짜 싫어해. 엄마가 어릴 때 나한테 그랬었어. 목욕탕 사람들이 뒤에서 너 뚱뚱하다고 다 욕했다고 쪽팔린다고. 엄마가 내가 어린이 때부터 내 외모가 할머니랑 아빠를 닮고 예쁘지 않은 여자애라 마음에 들지 않아 해서 나는 속으로 많이 힘들었어.


엄마가 내 외모에 대해 말하는 거 엄마의 애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한테는 평생 쌓인 스트레스야. 나는 내가 성형해서 엄마가 내 얼굴을 좋아해도 엄마는 내가 성형하니까 그제야 나를 사랑하는 거니까 나는 성형해도 괴로울 거야. 엄마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다고 느끼니까.


엄마 나 예쁜 옷 입고 다닐게. 살도 뺄게. 피부약도 꾸준히 바를게. 예쁜 딸 될 테니까 내 외모를 미워하지 말아 줘. 이미 엄마가 어릴 때부터 내 외모 마음에 안 들어한 거 알아서 나는 엄마가 나를 많이 사랑하는 걸 알고 있지만 아직 내가 내 외모 제일 싫어해서 그것도 상담 선생님한테 말했고 나는 그냥 내 있는 외모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배웠어.


엄마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외모가 제일 중요하잖아. 그래서 엄마가 내 외모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거 알아. 근데 나 사람들 만나면 다 나 좋아해. 나는 의대생 언니 법대생 언니 경제학 교수님 똑똑한 사람들한테 인정받을 정도로 좋은 성격을 가졌어


엄마 외모보다 성격이 더 중요해 근데 성격은 바뀌기 제일 힘든 거야. 근데 내가 엄마한테 이렇게까지 상냥해진 건 다 상담 선생님 덕분이야. 꾸준히 상담 선생님이랑 상담하면 엄마도 우리도 서로 짜증 안 내고 안 서운하게 될 수 있어.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은 내 외모 많이 사랑해 줘서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어. 엄마만 내 외모를 싫어하지 않으면 되고 가족 험담 나한테 안 하면 돼. 나는 그런 거 듣는 게 힘들어.


엄마가 내가 힘들었다고 하면 힘들었겠다 해주고 엄마가 예전에 했던 실수를 진심으로 사과해 주고 엄마가 일이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감정을 돌아보기 위해 상담센터 선생님이랑 일회성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상담을 했으면 좋겠어.


그냥 나는 내가 하지 말라는 말 안 해주기만 하면 돼. 나도 엄마랑 이야기할 때 마음이 괴로운 걸 덜 숨기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나는 매우 여리고 예민한 기질이니까 엄마가 나한테 내가 듣고 싶지 않아 하는 말 안 하고 혼내거나 짜증 내지 않고 늘 다정하게 내게 말해주면 좋겠어.


나도 엄마 보러 갈 때 누가 봐도 예쁜 옷 입고 다닐게. 엄마가 못생겼다고 하는 옷 안 입을게. 엄마한테 짜증 덜 낼게. 엄마가 먼저 짜증 내지 말아 줘. 나는 늘 엄마가 몇천만 원을 실수해도 짜증 내지 않고 엄마한테 늘 다정하게 괜찮다고 해주는 의지되는 딸이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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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제 말을 경청하고 제게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제게 표현해 줘서 고맙다고 했던 말처럼.


제가 바랐던 말을 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자신의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적인 부분을 알고 나에 대해 많이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해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사과를 받고 싶은지도 몰랐고 엄마를 용서하고 싶은지도 평생 몰랐었고 엄마가 변할까 평생 생각했었는데 엄마는 제 말을 경청하고 저는 동안이니까 그게 부럽고 제 얼굴을 좋아한다는 맥락의 말을 해주셨습니다. 그냥 트러블 많이 난 피부만 나아지자고 얘기했고 저는 엄마가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는 말투를 듣고 그제야 울컥했고, 엄마에게 내가 울어도 따뜻하게 나를 감싸달라고 우는 건 잘못된 감정이 아니라고 얘기했고 엄마는 그 말도 들어주셨습니다.


저는 평생 이 말을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평생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평생 쌓였던 한이 해소되는 기분입니다.


부모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평생 들었고 많은 시간 내 고통을 이해받지 못하고 내가 뭐가 힘드냐며 비교당하고 슬픈 감정을 거부당하기도 했고 저는 부모에게 표현하는 게 가장 두려웠지만 부모는 저로 인해 변할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성실하게 살고 술 같은 것에 중독이 없고 인간관계가 부모는 좋았고 저를 많이 보고 싶어 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걸 두 분 다 해 주셨기에 저는 부모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고 저는 오랫동안 무의식에서 고심하고 걱정했지만 드디어 오늘 저는 진심을 다해 상냥하고 따뜻한 말투로 엄마에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았고 이제 둘 다 부모는 제 말을 들어주고 사과했고, 부모는 저로 인해 좋게 변했고 더 좋게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우리 가족 넷 모두가 더 진솔하고 행복하게 다른 가치를 가져도 다른 시대를 살았어도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부드럽고 따듯하고 친절하고 상냥해질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부모와 남동생과 나 넷의 성향(연락, 스킨십, 서운한 마음, 사과받고 싶은 것, 하지 않아 줬으면 하는 말이나 행동, 전화나 문자 빈도, 만남 빈도, 서로 다른 성격)에 맞도록 관계를 조율해갈 것입니다.


저는 남동생과 부모님과 나 4명의 가족 모두가 어느 하나 감정적 희생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연결다리가 되고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 남동생.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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