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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현진 Apr 23. 2022

프롤로그_우리의 순간을 잊지 않고 싶어서

너랑 나랑 함께 쓰는 우리의 일기

현진이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첫째를 낳고 3년, 4살이 된 첫째를 원에 보내기 시작하고 딱 한 달 뒤 둘째가 태어나 또다시 3년. 그렇게 육아만을 해온 지 어느새 6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육아를 하는 하루하루는 분명 참 길었는데, 그 길었던 나날들은 어느새 어디론가 날가버렸고 나의 아이들은 일곱 살, 네 살 어린이 되었다.


하루 종일 아이들 지내다 보면 그날이 그날 같기도 했으나 유난히 신이 났던 아이들의 어떤 하루, 보통의 어느 날에도 불쑥 튀어나와 나를 웃게 하는 아이들의 예쁜 순간은 영원히 마음속에서 지워지 않았으면 했다. 내 마음에 버튼을 누르면 영구 저장이 가능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은 컴퓨터의 기능을 갖지 못하니 늘 좋지 않은 내 기억력이 아쉬웠다. 짜 컴퓨터 속에 저장된 사진이나 동영상에는 그 순간 내 마음까지 담아둘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드문드문 점처럼 남겨지는, 희미해져 가는 우리의 간과 그 시간 속 함께 느낀 우리의 수많은 감정들을 더 늦기 전에 어디에든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마침 한글을 일찌감치 뗀 아들이 유치원에서 그림일기를 배워 오더니 집에서도 일기를 써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일기장 하나 쥐어주고 혼자 쓰라고 하는 건 왠지 숙제를 쥐어주는 느낌이기도 하고, 아들과 꾸준히 일기를 쓴다면 우리의 시절을 사진이나 동영상보다도 더 의미 있고 깊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같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더 나이가 들어 바로 어제의 기억조차도 손에 쥔 모래알처럼 조금만 방심하면 빠져나가게 되는 날이 온대도, 언제든 꺼내어볼 수 있는 일기가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의 함께 그림일기 쓰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우리의 일기를 오래오래 모아 책으로 만들자는, 공동작가가 되는 거대한 목표 또한 세웠다.


일기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주제는 즐거웠거나 기억에 남는 공통의 주제, 일기를 쓴 뒤엔 서로 읽어주기. 의무처럼 정해놓은 일기이지만 우리는 함께 마주 앉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특별한 날 혹은 주말 저녁이면 내가 설거지를 마치길 기다리고 있던 아들은 주방에서 나오는 날 보며 신나게 외친다.


"엄마, 같이 일기 쓸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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