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영어의 가장 큰 차이는 어순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는 “나는 제인과 점심 먹었다”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나는 + 먹었다 + 점심을 + 제인과 (I ate lunch with Jane)”라는 순서로 말해야 한다. 여기에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왜 먹었는지에 대한 추가 정보들이 붙게 되면, 문장은 길어지고 자연스레 머릿속에 정리해야 할 것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길을 잃는다. ‘잠깐, 누가 뭐했다고 했지?’ 하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나가야 한다.
영어 원서를 읽을 때 가장 많이 드는 혼란이 이런 것이다. 혼자 눈으로 읽어 나갈 때는,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겠지’ 하는 믿음으로 일단 읽는다. 하지만, 한 장 읽고 나면 뭔가 2% 부족한 게 느껴진다. 때로는 앞에서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다른 상상의 영역에서 헤매고 있기도 하고, 분명 읽긴 읽었는데 무엇을 읽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눈으로 읽다 보면 빠르게 읽는 것 같지만, 그냥 ‘책을 봤다’는것과 정말 ‘이해하고 넘어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원서 리딩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간 부분, 자세히 읽지 않아 내용을 놓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꼼꼼하게, 저자가 쓴 글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원서를 읽을 수 있을까? 원작의 감동을 어떻게 하면 100% 느낄 수 있을까? 그래서 시작한 스터디가 “원서 직독직해” 낭독 북클럽이었다.
‘직독직해’ 방식은 영어의 어순대로 앞에서부터, 의미 단위로 끊어서 차례대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I will go to Paris during this summer vacation’이라는 문장이 있다. 그러면, 주어 동사 목적어 어순에 맞춰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해석하는 게 아니라, 앞에서 부터 순서대로 끊어서 읽는다. “나는 파리에 갈 겁니다” 끊고, “이번 여름 방학에요” 이렇게 말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계속 이어 붙여서 해석하면 된다. 조금 더 붙여 볼까?
‘I will go to Paris during this summer vacation with my friend Jane, who I have known since high school’ 문장이 길어져도 쫄 것 없다. 그대로 이어서 해석하면 된다. “친구 제인이랑 같이 갑니다” 끊고 “우린 서로 알아왔어요” 끊고 “고등학교 때부터 말이죠”라고 말이다. 여기서 더 길어져도, 계속 문장을 이어 붙여 차근차근 해석해 나가면 된다.
직독직해에 그룹 스터디 방식을 더했다. 6명이 한 조가 돼서 Skype 그룹 통화로 매일 1시간씩 원서 책을 소리 내서 직독직해하는 것이다. 첫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인 <The Giver, 기억전달자>와 <Wonder, 아름다운 아이>로 시작했다. 두께도 적당하고,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단어 수준도 어렵지 않아 시작 책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방법은 기존 원서 낭독 방법과 동일하다 (참고: 원서 낭독법 보러 가기). 돌아가면서 2 단락씩 소리 내서 읽는다. 기존 원서 낭독 북클럽과 다른 점은, 영어 문장을 소리 내서 한번 읽은 후, 바로 직독직해로 해석하는 것이다.
<Wonder>의 첫 단락을 직독 직해하면 아래와 같다. 한번 같이 따라 해 보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Wonder
- Chapter 1 -
I know I'm not an ordinary ten-year-old kid.
‘나는 알고 있습니다’ (끊고) ‘내가 평범한 10살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요’
I mean, sure, I do ordinary things. I eat ice cream. I ride my bike. I play ball. I have an XBox.
‘내 말은’ (끊고) ‘물론, 나도 평범한 것들을 하지요’ (끊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나는 자전거도 타요’ ‘나는 공놀이도 하고요’ ‘나는 XBox 도 있습니다’
Stuff like that makes me ordinary. I guess. And I feel ordinary.
‘이런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어주죠’ (끊고) ‘내 생각에는요. 그리고 나는 평범하다고 느낍니다.’
Inside. But I know ordinary kids don't make other ordinary kids run away screaming in playgrounds.
‘마음 속으로는요’ (끊고) ‘그러나 나는 알고 있습니다’ (끊고) ‘평범한 아이들은 다른 평범한 아이들을 달아나게 만들지 않죠’ (끊고) ‘운동장에서 비명을 지르면서요.’
I know ordinary kids don't get stared at wherever they go.
‘나는 알고 있습니다’ (끊고) ‘평범한 아이들은 쳐다보는 시선을 당하지 않죠’ (끊고) ‘그들이 어디를 가든 지간에요.’
If I found a magic lamp and I could have one wish, I would wish that I had a normal face that no one ever noticed at all.
만약 내가 매직 램프를 찾을 수 있다면 (끊고) 내가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끊고), 나는 소망할 것입니다 (끊고) 내가 평범한 얼굴을 가지게 해 달라고요 (끊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게 말이에요.
- < Wonder, 아름다운 아이> by R. J. Palacio
< Wonder>는 선천적 안면기형인 얼굴을 가진 10살 꼬마의 성장기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린 책이다. 멤버들과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느꼈을 슬픔과 친구들간의 우정과 가족들간의 사랑에 감명받아, 함께 눈물 흘리며 읽은 기억이 있다. 이렇게 의미단위로 한 문장씩 읽어나가면, 어느새 한 장이 끝나고, 한 챕터를 마치게 되고, 마침내 한 권을 완독 하게 되는 것이다. 완전한 감동과 함께 말이다.
이렇게 작년 4월부터 시작한 직독직해 그룹방의 책이 벌써 10권을 넘었다 (그동안 읽은 책 보러 가기). 일반 낭독과 달리, 원서 직독직해의 장점을 3가지 정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눈으로 후루룩 읽어서 지나칠 부분을 꼼꼼히 점검 가능하다
혼자 읽을 때 보다 진도는 늦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줄 한 줄 직독직해로 읽으면, 문법이나 구조가 다시 보인다. 마치 생선살을 발라내듯이, 문장을 분해하며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2.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적 차이가 느껴진다.
영어는 주어를 사물로 하느냐, 사람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동사와 문법 구조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능동태, 수동태에 따라 전달하는 느낌도 다르다. 문법을 세부적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책을 직독직해하면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3. 책의 감동을 느끼며 완독할 수 있다.
책이라는 게 문맥과 흐름이 있으므로,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머뭇거리거나, 일부러 멋지게 해석하려고 주저할 필요 없다. 꼼꼼히 읽지만,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쭉쭉 읽어 나가면 된다. 해석이 막히는 부분도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느끼는 감동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원서 직독직해는 나에게 영어 원서 리딩의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더 새로운 방법을 발굴할 때까지, 당분간 이 세계에서 흠뻑 빠져, 재밌는 책을 많이 읽을 계획이다. 당신도 주저하지 말고, 같이 신세계로 빠져보길 권한다! Start Now, Get Perfect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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