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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는 까닭

잡다한 생각

by 김은집

언제부터인지 주말에,

딱히 정해진 곳이나 일정이 없는 경우에는

서울을 벗어 나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지낸다.


서울을 벗어났다가 돌아올 때마다 겪게 되는 교통체증에 대한

거부감이, 임계치를 넘어선 지가 꽤 오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의 편리함과 편안함 때문에, 어디를 가게 되든지 차량을 가지고

움직이게 되는데, 주말에 사람들이 가거나 모이게 되는 장소들이 대략

비슷한 곳들이 많아서, 차로인해 겪게 되는 주차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하는데 허비하게 된다.


주말이 되면 자주 가는 곳이 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가끔씩 짬이 나는 때, 시간 여유가 허락되면 가는 곳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차를 가지고, 드라이브 삼아 한 바퀴 돌고 오는 동네,

그곳들은 경복궁을 둘러싸고 있는 동네들이다.

동쪽으로는 삼청동, 가회동, 안국동, 서쪽으로는 효자동, 청운동,

그리고 북쪽으로는 부암동, 평창동 등이다.

삼청동 서쪽 언덕 끝에 있는 집

서울 인구가 100만쯤 되던 때부터, 태어난 곳을 떠나, 서울에 뿌리를 내리고

이날 이때껏 살아오고 있으니, 서울의 모습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변했고 그리고

변해오고 있음을 눈과 몸으로 보고 느끼고 살고 있는 중이다..

광화문 사거리와 종각사이의 도로가 서울 중심 거리였던 시절에, 그곳에서 보냈었던

까까머리 학생으로 거기에 있었고, 지금과는 달리 덜 꾸며진 삼청동 공원은 여름 휴일 날

시간 보내기 편했던 곳이기도 했다.

예전의 서울 모습들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다른 모습들로 변해버렸지만, 그나마 적게 변한 곳들이

위에서 말한 동네들이다. 그곳에 가면, 아직도 70~80년대의 모습을 하고 굳건히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곳들이 눈에 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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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들과의 괴리가 그리 크지 않기에, 그 옛 모습들을 볼 때마다,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치면, 눈인사를 나누는 이웃 같았던 어린 날들의 기억들이 살아나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자주

그곳에 가게 되는 까닭일 것이다.....


2023.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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