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가계부를 써야겠다

본격적으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다

by 한들

가계부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22년 2월부터. 가계부를 쓰려고 하니 SNS에서 가계부를 판다는 포스팅에 자연히 눈이 갔다. 판매자는 미니멀 라이프에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시는 분이었는데, 구글시트를 이용한 가계부 파일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렇게 실물이 아닌 파일을 구매해 본 건 처음이었는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을 것을 각오하고 과감히 구매해 보았다. 파일을 받아보니 몇 가지 프로그래밍 기술이 적용되어 소비한 걸 기록하면 합계도 자동으로 해 주고, 항목별 그래프도 멋있게 그려주었다.


스프레드 시트 가계부는 자동계산이 돼서 편했는데...


그럼에도 이 가계부와는 오래가지 못했다. 파일의 구성과 기능은 좋았으나, 구글시트를 쓰려면 컴퓨터를 펼쳐야 했다. 물론 핸드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편하지 않았다. 그때 당시에는 노트북을 펼친다는 행위가 쉽지 않았다. 노트북을 켜는 순간 아이들이 달려들어 동영상을 틀어 달라고 난리였다. 그러니 가계부를 쓰려면 큰 맘을 먹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 기록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이때 차곡차곡 정리해 둔 파일이 도움이 참 많이 되었다. 가장 큰 도움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집이 망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 남편이 받는 월급보다 100만 원 정도를 더 쓰고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가?


생각해보니, 남편이 벤처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연봉이 줄어들었고, 나도 일을 그만두면서 전체적인 수입이 줄어들었다. 줄인다고 줄인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역부족이었다. ‘외벌이로 사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느낄 새도 없이, 그나마 모아 두었던 목돈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걸 우야무야 미뤄왔지만, 가계부에 적힌 수치로 그간의 위기의식이나 불안감이 근거가 없는 게 아니란 것을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가계부 쓰는 게 불편하면 안 되었다.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나에게 더욱 잘 맞는 가계부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또 둘러보니, SNS에 또 다른 가계부가 등장했다. 이건 가계부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온라인 스터디로 가계부를 함께 쓰고 인증도 하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었다. 매일 가계부를 쓰는 습관을 잡는 게 어려웠기 때문에 눈 딱 감고, 이 스터디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그 사람들의 열정을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가계부 온라인 스터디를 시작하다

이 온라인 스터디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해서, 나의 본격적인 가계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사실 이 스터디에서 쓰고 있는 가계부에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가계부 쓰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줌 수업에 들어갔는데, 초기에 세팅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나의 뇌 용량을 넘어서서 버퍼링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가계부 쓰는 게 이렇게 복잡했다고! 첫 오리엔테이션 듣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인가 아닌가. 이때 지혜를 발휘했다. ‘한꺼번에 다 하지 말자’, ‘나의 용량에 맞게 천천히 가자’고 마음을 내려놓은 것.


가계부를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 긍정변화 프로젝트


사실 가계부 쓰기를 하면서 ‘긍정변화 프로젝트’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었다. 긍정변화 프로젝트는 내가 나에게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셀프 코칭 과정이다.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나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이고, 박사논문 주제가 ‘대화를 통한 변화관리’였다. 아이를 낳고 나서 전업주부가 된 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했던 나머지 배운 것을 나에게 적용해 보자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변화 영역을 정했는데 ‘가벼운 몸, 정신 차리는 가계부, 즐거운 글쓰기’였다. 그런 후 ‘내가 왜 변화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https://brunch.co.kr/@ejnamgung/101

https://brunch.co.kr/magazine/positivechange


내가 정신 차리는 가계부를 변화 영역으로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계부 정리를 통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인식하고자 한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단순히 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가치 있는 것을 취하도록 할 것이다.”


이 내용을 참고하면, 내가 하고자 한 것은 절약을 통해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고, 사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가치 있는 것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니 가계부 스터디에서 제시하는 모든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혹은 드라마틱하게 절약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그만둘 필요는 없었다. 원래부터 내가 겨냥했던 목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또한 습관을 잡는 것이 단 번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내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울증을 겪고 난 이후, 머리가 돌아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해야 하는 사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여 조금씩 천천히 가계부를 세팅해 나가기 시작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왕좌왕 가계부 챌린지 완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