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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들 Jun 06. 2024

자신감이 뚝 떨어질 때도 글쓰기

세상에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잘 쓰는 사람도 많은데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하면 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때가 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글을 쓰는 사람이 참 많다. 하루에도 수없이 인터넷상에는 글이 올라오고 책이 출간된다. 글을 참 잘 쓰는 사람도 많다. ‘어떻게 이렇게 썼을까…’싶게 문장도 내용도 멋지게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글을 보다 내 글을 보면? 괜스레 움츠러드는 것이 사실이다. 격차가 너무 커서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자아비판이 시작된다. 이 복잡한 세상에 괜히 잡음을 하나 더 얹는 것은 아닐까, 데이터나 종이 낭비만 하는 건 아닐까, 괜히 시간만 축내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써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왜 혼자서 이 짓을 하고 있나?


별의별 생각이 맴돌면서 글쓰기가 싫어진다. 어쩌면 글쓰기에 가장 방해가 되는 건 조건이나 상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신감이 뚝 떨어져서 글쓰기가 싫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


1. 쓰기 싫은 마음에 대해 써 본다


쓰기 싫은 그 마음조차도 글로 써 보면 어떨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지칠 수도 있고,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다. 지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글을 쭉쭉 뽑아내는 건 ChatGPT의 몫이다.


글이 안 써져서 힘들어하고 고뇌를 하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다. ‘힘들다, 좌절된다, 슬프다…’ 와 같은 상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AI를 이기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음이 어떤 것인지 곰곰이 곱씹어 보면서 표현을 해 보면 이조차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글감으로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면서 이 마음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휙휙 지나가고 두루뭉술하게 떠오르는 느낌을 포착해서 조금씩 글로 풀어낼수록 그 감정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다.


“무언가 표현하고 싶고 이걸 다른 이와 나누고 싶은데, 나의 글이 정보의 홍수 속에 묻혀 버릴까 봐 두렵구나. 더 실력 있고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을 보며 뒷걸음질 치고 싶은 건, 그들의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눈치채고 있는 것이구나.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것이구나…….”


이러저러한 마음을 글로 적다 보면, 내가 느꼈던 두려움이 조금씩 잦아든다.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미 ‘글을 쓰기 힘들다’는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하면, 주위를 돌아볼 새가 없다. 나의 글에 몰입하게 되어 다른 수많은 사람이 글을 쓰든 어떤 천재 작가가 뛰어난 작품을 쓰든 상관이 없어지니까 말이다.


2. 책의 문장을 따라 써 본다


나의 글을 쓸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 써 본다. 타자를 쳐도 좋고 종이에 손으로 쓰면 더 좋다. 따라 쓰다 보면 그 행위에 집중을 하게 되어 생각이 점차 가벼워진다.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써도 된다. 몸이 글 쓰는 방식을 익히게 되니까 말이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건 몸이 지쳐서 그런 것일 수 있다. 글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힘이 드니까, 몸에서는 글 쓰는 일을 그만두라고 아우성을 친다. 머릿속에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를 실어 보내 천둥처럼 울려 퍼지게 한다.


이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습관적으로 글을 쓰면 몸이 익숙한 리듬으로 받아들여 거부감을 덜 표시한다. 아니, 글을 쓰지 않는 것을 더욱 불편해하기까지 한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늘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해서 더 불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몸은 어떤 글이냐를 가리지 않는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 내가 생각해서 쓰든, 다른 사람이 생각한 것을 쓰든 상관이 없다. 아직 나의 글을 쓸 자신감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가져다가 써서 몸에 ‘쓰는 습관’을 새겨 버리도록 한다.


이런 글쓰기 근력이 붙으면 자신감이 솟아난다. 작은 산을 자주 오르다 보면 더 큰 산에 오르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 아닌가? 다른 사람의 문장을 쓰다 보면,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고, 조금씩 쓰다 보면 길게 쓰고 싶어지고, 그러면 책도 쓰고 싶어 진다. 그 마음으로 쓰면 책도 쓸 수 있다.  



3. 그냥 쓴다


두려움은 허상이다. 이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냥 실행을 해 버리는 것이다. 두 눈을 꼭 감고 다이빙을 해 본다. 그러면 생각 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 글이 완벽하지 않다 해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허상은 자취를 감춰 버린다.


또 어찌 아는가. 나의 글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지. 온 천하를 단번에 휘어잡을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는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


나도 그렇다. 다른 이가 쓴 글을 읽으면, ‘어떻게 이렇게 나의 마음을 잘 적어 줄 수가 있을까’ 고마울 때가 많다. 마음엔 담아 두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누군가가 글로 써 주면 알 수 없는 시원함을 느낀다. 그런 고민을 나만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위안도 얻고 말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나의 글도 그런 역할을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글을 써 본다. 언젠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의 메시지가 가닿기를.



몸이 찌뿌둥하고 축 가라앉는 오늘. 이런 상태로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몰려온다. 그런 고민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얼른 이 글을 써서 올려 버린다.


이 글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다. 다만, 글을 쓰는 이 행위는 또 한 번 내 몸에 새겨졌을 것이다. 내일은 조금은 더 쉬워지겠지? 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조금 더 충전되었다. 그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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