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찾아왔을 때
요즘 수면의 질이 엉망이다.
새벽까지 잠에 들기 힘들고 여러 번 깨어나는 것을 반복한다
꼭 꿈을 꾼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인가 일어난 것 같은데
생각이 안 나는 찜찜한 마음에 피곤함이 몰려온다.
어젯밤, 역시 새벽 2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
저녁 약 +알프람정 2알을 더 먹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잠들기까지의 과정은 불안함에 가득 차 눈물을 흐리며
레고의 품에서 어쩔 줄 몰라 힘들어했다
[알프람정: 신경안정제의 일종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들이
주로 먹으며 수면유도제로도 사용된다.]
불안이 찾아오면 나의 모든 것이 멈춘다.
무엇을 해도 집중을 못 한다.
가만히 있지 못해 뒤척이거나, 눈에 보이는 곳을 청소한다.
이 불안은 새벽 3시에 타일 흰 부분을 청소하게 했고
좀 쉬라는 레고의 말에도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 호두까기 인형이 된다.
가만히 있어도 보았다. 가만히 있으면 충동적으로
나의 몸을 때리거나 해하려는 상상을 한다.
눈동자가 유리구슬이 된 듯, 시선이 없다.
무엇인가를 응시하지만 의미 없는 쳐다봄이다.
다리를 떤다. 숨이 가빠진다. 손톱을 쥐어뜯는다.
그 불안은 어제 또 찾아왔다.
장소는 도서관이었다. 처음에는 의자에 옷매무새를 가다듬다가,
의자 등 받침대에 기대기도 해 보고 서 있어도 보았다.
잠시 책도 구경해보았지만, 공간이 나를 거부했다.
옆자리의 여성은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이해 안 된다는 시선으로
시끄럽다는 시선으로
나를 계속해서 응시했다.
공간에 파묻힐 것 같아, 도망치듯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집으로 돌아와 알프람정 1정을 손에 올려놓았다.
30분 뒤, 이제야 나의 시간이 흐르듯
서서히 약에 물들어 주변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