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어

by 엄서영


어제는 바람이 세차게도 불었다.

도서관에 앉아 있는데 바람이

창문을 모조리 흔들면서 지나갔다.


예전에는 이런 바람소리를 들으면

내 속에 꽉 찬 울분들이 덩달아

아우성치는 외침 소리가 들리는 듯

했었다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나니

이젠 거친 바람소리를 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를 바라본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

애태울 것도, 아쉬운 것도

바람에 다 실려 보내고

흘러가는 세월을 장승처럼

바라보며 그렇게 늙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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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실어 >



이렇게 바람이 온 세상을 휘젓는 날은

나도 바람처럼 소리 지르고 싶다.


머물지 못하는 거친 마음들

바람에 실려 날아가 버리게


못내 옷자락 놓지 못해

울부짖는 것이라면

아쉬운 손 펴서

내 마음까지 실려 보내고


애달픔도 그리움도

아픔도 슬픔도

세찬 바람 위로 띄워 보낸다


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 위에

꺾이지 않는 고운 풀잎 하나

미소처럼 피어나기를 기다리며


2026.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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