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4-50 년쯤 된 갈빗집이 있다.
그 집은 처마를 기와로 내어서 한옥처럼
보였고 그 처마 위에는 풍악을 하는 인형
들이 돌로 만들어져 처마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특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집은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유명했다.
그런데 설날 즈음인가 그 갈빗집 앞을
지나가는데 달력종이에 매직으로 쓴 것
같은 안내장이 유리문에 붙어 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며 읽어보니,
다소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합니다
2월 13일 부로 영업을 종료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음날 지나가면서 다시 한번
보았는데, 틀림없는 "영업종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이유 없이 서운한 생각이 들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얼마나 힘들었기에
그렇게 오랜 기간 지켜온 업을 접은 걸까.
그렇다고 내가 단골은 아니었어도 한 번씩
가족들과 가서 기분 좋게 먹고 온 집
이었는데,
그 집을 지나다니면서 풍물놀이패들에게
새 페인트를 입혀줘야 할 때가 지났는데
하고 올려다보곤 했었는데, 늘 페인트가
거의 벗겨져 시멘트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었다.
그 기와로 만든 처마와 그 처마 위에
풍물놀이패가 상모를 돌리며 장구를
치는 모습들이 동네의 명물이라면
명물이었건만, 이렇게 갑자기 초라한
뒷모습을 남기며 영업종료를 알리다니.
어쩌면 저 단층집을 헐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나?
요즘 그 근처에 새로운 건물들이 여럿
지어지긴 했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갑작스러운 생각이 떠오르면서 서운함은
물러가고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맞다. 저 건너편 새로 지은 건물이
고깃집을 할 거라고 하던데 어쩌면
그 건물 주인인지도 모를 일이네.
나는 내 마음대로 상상하며 어쨌든
이 동네의 명물 맛집이었던 갈빗집
주인이 멀리 가지 말고 이 터에서
오래오래 번영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