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서영 Mar 22. 2024

아니 땐 굴뚝에 검은 연기

기막힌 오해

<오래전에 써 놓았던 글 중에 얼굴이 화끈거려 올리지 못했던 글을

용기 내어 올려 봅니다>




나이를 많이 먹고 보니 

살아오면서 참 억울하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내가 정말 절망에 빠져 두려움에 떨었던 일은

참 어처구니없는 단순한 사건 때문이었다


옛날 인터넷을 천리안으로 쓰던 시절

어느 문학동호회에 가입해서 글을 심심치 않게 올리고 있었는데

그 동호회에 한 청년이 내 글이 좋다며 부산으로 나를 만나러 와도 되냐고 했다


나는 그 청년이 동회회 회원이었는 데다가

내가 알기로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는 

27살 된 청년이었기에 나도 어머니를 어린 시절에 여의고

고생하며 살아온 터라 평소에 그 청년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곤 했었다


그 청년이 부산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내 나이가 40이었던 때라 그 청년에게는 이모뻘쯤 된다고 생각

최대한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려고 노력했다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 청년에게 옷을 사주고 싶어서

가난한 처지였지만 시장에 데리고 가서 티셔츠를 한 장 사 입히고

짠한 마음에 손을 잡아주고 엄마처럼 누나처럼 다정하게 

보살펴서 보냈다


그렇게 가고 나서 몇 번 집으로 전화가 왔다(그때는 휴대폰이 없었다)

전화가 올 때마다 반갑고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천리안 동호회에 그 애가 이상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가슴이 꽉 막히고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해서

이게 뭐 하는 건지.... 의아했는데

결국 마지막에 올린 글이

내가 자기를 유혹했다는 내용의 글이었던 거다


나는 정말 세상이 다 까매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동회회의 게시판은 비난과 조롱과 더러운 의심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나는 뭐라고 도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변명을 한다는 것조차도 너무 역겨웠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대응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그 청년이 부모가 없어서 엄마처럼 대해주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고

동호회를 탈퇴하고 말았지만

그때의 그 모욕감은 나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그 후로도 오래도록 씻기가 어려웠다


지금 그 동호회의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때의 그 더러운 시선으로 밖에 나를 바라보지 않지 않을까

생각하면 세상이 무서워진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의 시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뿐인데





작가의 이전글 라이킷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