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오해
<오래전에 써 놓았던 글 중에 얼굴이 화끈거려 올리지 못했던 글을
용기 내어 올려 봅니다>
나이를 많이 먹고 보니
살아오면서 참 억울하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내가 정말 절망에 빠져 두려움에 떨었던 일은
참 어처구니없는 단순한 사건 때문이었다
옛날 인터넷을 천리안으로 쓰던 시절
어느 문학동호회에 가입해서 글을 심심치 않게 올리고 있었는데
그 동호회에 한 청년이 내 글이 좋다며 부산으로 나를 만나러 와도 되냐고 했다
나는 그 청년이 동회회 회원이었는 데다가
내가 알기로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는
27살 된 청년이었기에 나도 어머니를 어린 시절에 여의고
고생하며 살아온 터라 평소에 그 청년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곤 했었다
그 청년이 부산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내 나이가 40이었던 때라 그 청년에게는 이모뻘쯤 된다고 생각
최대한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려고 노력했다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 청년에게 옷을 사주고 싶어서
가난한 처지였지만 시장에 데리고 가서 티셔츠를 한 장 사 입히고
짠한 마음에 손을 잡아주고 엄마처럼 누나처럼 다정하게
보살펴서 보냈다
그렇게 가고 나서 몇 번 집으로 전화가 왔다(그때는 휴대폰이 없었다)
전화가 올 때마다 반갑고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천리안 동호회에 그 애가 이상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가슴이 꽉 막히고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해서
이게 뭐 하는 건지.... 의아했는데
결국 마지막에 올린 글이
내가 자기를 유혹했다는 내용의 글이었던 거다
나는 정말 세상이 다 까매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동회회의 게시판은 비난과 조롱과 더러운 의심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나는 뭐라고 도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변명을 한다는 것조차도 너무 역겨웠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대응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그 청년이 부모가 없어서 엄마처럼 대해주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고
동호회를 탈퇴하고 말았지만
그때의 그 모욕감은 나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그 후로도 오래도록 씻기가 어려웠다
지금 그 동호회의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때의 그 더러운 시선으로 밖에 나를 바라보지 않지 않을까
생각하면 세상이 무서워진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의 시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