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지나면 바로 어버이날
서울랜드에서 버티는 중
빨간색으로 강조한 5일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목요일이 빨간 날이니 금요일은 징검다리로
휴일을 쓰는 직장이 많고 아이의 학교도 재량휴일이란다.
아직도 어린이가 존재하는 우리 집에서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이번만은 놀이공원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 집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부모의 맘과는 달리 아이의 희망은 이미 확고하다. 고생길이 빤한 그 길을 염원하고 있다.
코로나로 2년을 쉬었으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가야겠다고 생트집이다.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사람에 치이는 비생산적인 연래 행사를 또 치러내야만 하는 것인지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하지만 피할 방법도 없다.
초등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엔 당일을 피한 다음날 서울랜드에 왔다.
어제 어린이날을 빗겨서 온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일지 몰라도, 오늘도 여전한 끝도 없는 줄들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어린이날에도 아이의 기분을 맞춰 주느라
점심은 외식을 하고 백화점에 들려 옷이라도 사주려 했는데, 주차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기다랗게 늘어선 차량 행렬에 질겁했었다.
어제보다는 그나마 나으리라 기대했지만 오늘 역시
모든 유초등의 부모들이 이곳으로 몰려온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놀이동산에 입장하니 이미 여러 무리의 중고생 단체손님들로 가득하다.
징검다리 휴일 사이의 금요일이니 야외를 선택하는 것이 학교로서도 최상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산 넘어 산, 줄 너머 줄인 상황에서
놀이기구 하나 타는데 2시간 가까이 줄을 서고 있다.
식당에서도 아이스크림 집 앞에서도 뱀같이 늘어선 줄과의 전쟁이다. 더운 태양 아래 생고생이 따로 없다.
나의 체력이 얼마나 버텨줄지.
'아니 이런 비효율을 어린이날이란 이유로 그냥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 속으로 궁시렁대본다.
몇 시간의 줄 서기 끝에 드디어 놀이기구에 몸을 실었다.
잠시 짜릿함을 맛보고 나니 왠지 오기가 일었다.
'어차피 자유이용권인데 저녁때까지 버텨서
아이가 타고 싶은 걸 다 태워줄까?'
내 체력이 버텨줄까 의심스럽다가도 이왕 하루를 쓰는 김에 지치도록 즐겨보자는 심산이다.
그나저나 어린이날이 지나면 바로 어버이날인데
이를 또 어쩐다.
운이 좋게 식당을 예약한다고 해도 여유로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닐 텐데.....
부모 노릇 자식 노릇 하기가 뭐 이리도 힘겨운지....
고난의 행군을 통과하는 중이다.
어쨌든 이 하루도 지나갈 것이다.
놀이동산의 긴 줄과 신난 환호성과 지겨운 기다림의 탄식을 뒤덮는 요란한 음악소리가
놀이동산의 허공을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