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효과 (priming effect)

미디어교육 4 / 이해와 오해 진실과 해명 사이

by 준구

2016년 9월 21일 자 방송과 신문은 경주를 방문한 박 대통령 관련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9월 12일 포항 경주지역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후 8일이 지나서 보인 정부의 행보였습니다. 언론사는 공동취재단을 꾸려서 경쟁적 보도로 인한 지역민과 당국의 불편, 경호상의 문제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대표로 선정된 기자의 사진과 영상이 각 방송국과 신문사에 전송되었습니다. 신문은 대체로 아래의 사진을 실어 지진으로 놀란 시민의 말을 경청하며 위로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이르는 대통령의 동정을 실었습니다.

공동취재단 제공


사진의 선택은 위의 것으로 동일했고 다만 신문사마다 위치와 사진의 크기 등이 달랐을 뿐입니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선택하지 않은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아래의 사진을 선택했고 일부 방송사도 그 사진이 찍힌 앞뒤의 영상을 다뤘습니다. 경주시 황남동 고도 한옥 보존육성지구에 들린 박 대통령이 진흙을 사이에 두고 주민들과 손을 잡은 사진이 쟁점이 됐습니다.



공동취재단 제공

‘흙 묻을라, 길게 뻗은 손’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진을 보도했는데요.

“박 대통령이 진흙을 밟아 묻지 않도록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또 다른 인터넷 매체는 ‘포착된 사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진흙으로 뒤덮인 바닥을 밟지 않으려는 듯 뒷걸음질치고 있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지진으로 인해 아직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주 지역 주민들은 서운함을 드러냈다’고 기사를 썼습니다.

상단의 안정적인 사진에 비하면 무언가 어정쩡한 자세와 모습 등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순간입니다. 8일이 지나서

피해 지역에 겨우 나타난 정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늑장 대응과 무능의 관점으로

저 사진을 보았을 것입니다.

세월호에 대한 아픔의 연장에서라면 곱게 보일 리가 없었겠지요.

“ 저 선이 뭐라고 넘지를 못하나” “ 영국 여왕도 전쟁으로 기름때 뭍은 병사들의 손을 어루만져주는데......”

여러 가지로 독자들의 리플도 이어졌습니다.

청와대는 당시의 정황이 한옥 기와를 보수하기 위한 복구용 흙이었기 때문에 밟으면 안 되는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몸이 기우는 것을 막고자 경호원이 허리를 붙드는 정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의 입장을 받아들여 경향신문은 다음 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고 취지와 다른 기사를 실게 된 것을 사과했습니다.

사실 관계는 그렇다 치고 경향신문의 지면을 분석해 봅시다.


“대통령 비선 실세 최 00 게이트 거대한 서막 오르나”라는 큰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안 00 배후로 지목 – 사실 땐 탄핵 사유” 등의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기사가

연속으로 이어지며 문제의 사진에 눈이 머뭅니다.

이것은 앞의 정보를 통한 이미지가 뒤에 나오는 것에 영향을 주어 부정적 정서로 발전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시간적으로 먼저 떠오른 개념이 이후에 제시되는 자극의 지각과 해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것을 일컬어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라고 합니다.


“심리학에서 '점화(prime)'라는 용어는 어떤 자극에 우선적으로 노출이 되면 이미 기억 속에 있는 어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프라이밍 효과란 앞서 본 정보에 의해 떠올려진 특정 개념이 뒤에 제시되는 정보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앞서 제시된 정보를 프라이밍 자극물(priming stimulus)이라고 하고, 뒤에 나오는 정보를 목표 정보(target information)라고 한다. 목표 정보가 애매모호할 경우, 평가자가 어떠한 프라이밍 자극물에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목표 정보에 대한 해석이 영향을 받는다.”

- 두산 백과-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노부부가 평생을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는 영상이 나오고, 이어 어느 기업이 비정규직원을 정규직화 해서 고용안정을 실시했다는 뉴스가 이어집니다. 그 뒤로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지진으로 상처 받은 주민을 어루만지는 영상이 실린다면, 따스하고 훈훈한 앞의 느낌이 최종적으로 확대되어 마지막 정보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풀기자단(공동기자단) 방식이 빚어낸 오류로 볼 수 있고, 모아 놓은 황토만 밟지 않으면 되는데 너무 조심스러웠던 자세가 문제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언론사는 받아진 자료를 토대로 게이트키핑의 과정을 통해서 메시지를 생산해서 대중에게 보여준 것입니다. 해석의 몫은 시청자와 독자에게 맡겨진 것이겠죠. 곤혹스러운 정부는 그 당시에 제기되기 시작했던 여러 가지 흉흉한 민심과 루머에 현혹되지 말고 일상을 영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말았습니다.

한 장의 이미지와 영상이 강렬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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