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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Jan 31. 2024

낯선 이방인이 된 느낌이다

  서울생활 적응하기

수면 내시경의 마취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여전히 정신이 몽롱했다.

‘왜 이렇게 더디게 일을 처리하며 사람을 기다리게 만드나’ 의아했는데, 간호사가 다가와서는 이제 일어나서

나가도 좋다며 나를 깨워 일으켰다. 유추해 보니 수면유도제를 투입받음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고, 그 사이에 내시경 검사가 진행되었으며 30여분 후가 경과되어 잠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오전 7시에 시작된 건강검진으로, 새벽에 일찍 일어난 점과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상태가 겹쳐 정신이 혼미해 잠시 대기의자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만 했다. 


서울로 돌아온 후 호된 추위에 몸이 바짝 긴장했던 것도 있지만, 훌쩍 올라버린 물가에 놀랐다. 마트에서 물건을 몇 가지 고르지도 않았는데 십만 원 가까이 결재가 되었다. 키갈리에서 장을 보면 고기와 채소가 저렴해서 놀라고 공산품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경악했는데 서울로 돌아오니 부쩍 오른 물가 전반에 입이 쫙 벌어졌다. 이제는 서울살이에 적응해 가야 하는 모양이다. 회색의 고층 문명과 빠름에 길들여진 도시에서 냉랭한 무표정의 사람들을 발견한다. 잠시 다른 문화 속에서 살다 돌아와서인지 경계와 무관심의 차가움이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아무튼 생경하고 낯선 게 녹록지 않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바람이라도 쐬려고 여행지를 물색해 봤다. 가까운 일본으로 가닥을 잡고 오사카냐 도쿄냐 고민에 빠졌다가 막내의 원을 풀어줄 겸 ‘디즈니랜드’가 있는 도쿄로 정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아내도 회사에서 어렵게 휴가를 얻었으니 이제 조금 여유로운 내가 비행 편과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3박 4일의 여정으로 2월 말의 시점이니 오고 가는 시간만 잘 맞으면 오케이다. 예매 사이트를 뒤지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행 편을 찾는데 가족 모두의 영문명과 여권번호 여권만료일 등 일일이 적어 넣어야 하는 것이 많다. 침착하게 기입을 다 했는데 이번에는 결재할 카드를 입력해서 정보를 채워 넣으라 한다. 겨우 내용을 채웠는데 카드 비번과 정보가 안 맞는다며 거부한다. 순간 열이 올라서 사이트에서 나와서 심호흡을 하고 바람을 쐬고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뭐에 씌었는지 집중도 안되고 정신도 혼미해서 다음날로 결정을 미뤘다.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날 다시 비행 편과 숙소를 검색하면서 보다 경제적인 선택에 열을 올렸다. 스카이스캐너와 네이버의 검색을 오가느라 정신이 산란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적당하다 싶은 곳으로 결정을 내려서 항공편 예매에 성공했다. 이제는 숙소를 정할 차례. 비행기와 숙소가 정해지면 여행의 팔 할은 정리한 셈이니 한숨 돌릴 수 있는 순간이다. 숙소는 값이 비쌀수록 편안하고 좋겠지만 적당한 가격에 만족도 높은 곳이면 바람직하겠다 안도하는데, 

아뿔싸! 

도쿄를 목적지로 삼아 항공편을 예매한다고 했는데, 결제를 마치고 보니 도착지가 간사이공항이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 것인지 양쪽 예매 사이트를 오가느라 목적지가 바뀌었는지 여행지가 오사카로 바뀌어져 있었다. 오사카와 교토를 가보고 싶긴 했지만 이런 실수로 영결껼에 가려는 건 아니었기에, 머리가 멍해져 울고 싶었다. 부랴부랴 전화를 해서 취소하고 목적지를 변경해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단다. 


요즘 내가 왜 이러나 싶어서 순간 망연자실해졌다. 그런 나를 보더니 딸아이가 와서 위로차 말을 던졌다. 

"아빠 난 어디를 가도 상관없어요 도쿄의 디즈니랜드보다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더 나을 수도 있고, 교토의 역사를 즐기면 되잖아요?” 

그래 그럼 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면 안 되는데……

몸과 마음 정신이 분열된 듯한 시간을 살고 있다. 


'봄이 와야 몸도 녹으려나' 

실내에 들여놓은 화초 옆에서 혼자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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