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꿔 먹었다

현실을 인정하며

by 준구

나는 아이들이 핸드폰에 몰입하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튜브와 동영상을 찾아 헤매고 게임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상황을 지켜보는 건 늘 인내가 필요한 순간이다. 생각을 멈추고 시각과 청각으로 보이는 것만을 따라가는 게 편치 않았다. 그렇지만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의 위력을 부인할 수 없는 시대다.


9월부터 도서관에서 미디어 강좌를 열기로 했다.

미디어 전반을 살펴보고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방법을 가르칠 예정이다. 도서관이란 공간은 모든 기자재가 잘 갖춰진 미디어센터가 아니므로 실습보다는 이론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모이기 어려울 때라 줌을 통한 온라인 강의로 진행해야 한다. 너무 긴 강의는 아무래도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 실습이 필요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으로 촬영을 가르치고 모바일이 제공하는 앱으로 편집을 알려줘야 한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편집만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유료라 현실적으로 모바일 기반을 택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나의 폰에 편집 앱을 깔아서 열심히 실습해보고 있다.

제대로 편집을 하려면 프리미어든 파이널 컷이든 비교적 큰 모니터를 보면서 섬세하게 자르고 붙이고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현실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나마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요술 상자가 아쉬운 대로 다양한 기능을 보완해주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편집한다고 또 한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볼 게다.

어른들은 게슴츠레한 눈을 비벼가며 조그마한 모니터에 집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썩 내키지는 않지만, 모바일 기반의 편집 기능을 열심히 만져봐야 한다. 나의 의지와 다르게 세상은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긴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자초한 인간의 탐욕이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자기만의 성을 더 높이 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힘과 권력과 제도를 이용하며 혼란의 파티를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집값 폭등의 주범”을 찾아서 보았다.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MBC의 프로그램을 다시 보며 예전의 기백이 살아나는 것 같아 흐뭇했다.


다양해진 미디어, 매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바르게 정보를 얻고 걸러내고 내 것으로 소화해서 글이나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적극적으로 양산되는 가짜 정보를 넘어서기 위해서도 말이다.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는데, 초등생 아이들을 위해 따로 강좌를 열자고 역제안을 해주셨다. 나는 감사하고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마음을 바꿔 먹었다.

눈에 불을 켜고 진지하게 탐구 모드로 서적과 자료를 찾으며 정리한다.

소중하고 가치 있고 재미있을 시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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