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을 통한 첫 강의를 마치고

도서관 강좌

by 준구

대면이 아닌 줌을 통한 실시간 비대면 온라인 강의는 딱 두 세배가 더 힘들었다.

앞으로 8주간을 만나야 하는 사람과의 첫 대면이라 신경이 쓰였고, 컴퓨터 한 대로

PPT와 동영상 등을 무리 없이 작동시킬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도서관의 담당 선생님이 옆에서 도움을 주셨지만 막연한 부담감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온라인으로나마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미디어 수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기뻤다.

코로나 블루 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울해져 가는 일상을 떨쳐버리고 싶은 가을이었다.


강의하는 90분 내내 쉼 없이 말을 이었다.

처음으로 줌을 조작하며 강의하느라 어느 타임에서 쉬어야 할지 감을 못 잡았다. 수강하시는 분들의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게 보였지만, 반면에 열정이 느껴져 휴식을 갖자는 소리를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수업 중에도 간간이 수강하시는 분들과 질의응답을 했는데 나름 영상과 오디오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줌 프로그램은 말하는 사람을 바로 화면에 띄워주는 똑똑함을 보였다. 채팅 창도 있었지만 그것까지는 눈에 잘 안 들어왔고 내 모습과 PPT가 잘 연동되는지 신경 쓰다 보니 동영상을 보여주는 시점을 놓쳤다.

무엇보다, 나를 찍는 캠과 모니터와 강의 컴퓨터를 번갈아 보려니 시선을 어디에 둘 것이며

수강생의 피드백은 또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헛갈렸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처럼 조금의 마가 뜨는 것을

스스로 못 견뎌 강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려니 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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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을 통한 만남


선경도서관에서 ‘영상으로 제작해보는 나만의 수원 이야기’ 오전 프로그램을 마치고, 오후엔 창룡도서관으로 옮겨 아이들을 만났다. 오전엔 어른들을 오후엔 초등생을 대한 것이다.

영상으로 전하는 인권이야기, ‘도전 키즈 북 튜버!’가 창룡도서관의 강좌명이다.

초등생의 대부분은 강의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강 신청을 했단다. 아이들마다 소개를 겸하며 이런 기대감을 드러내니 적잖은 부담이 밀려왔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미디어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데 의미에 재미를

더하려면 몇 배는 더 연구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져서 헤드셋과 마이크를 준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이들에겐 동영상도 보여주고 쉬는 시간도 주었다. 오전에 한번 홍역을 앓고 나니 오후엔 조금의 여유를 찾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다르게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오디오만 켜서 수업에 임하는 학생은 없었다. 재택수업에 제법 익숙해진 분위기다. 어쨌든 사람을 만나야 실습이 원활하고 수원 화성 곳곳도 누비며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낼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서로 기약할 수는 없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속히 오기를 기원했다. 사람의 온기가 더욱 그리워지는 때인 것 같다.


도서관2.jpg 팔달산 공원내의 정조대왕 동상


선경에서 강의를 마치니 기다린 듯 점심을 먹자 연락해주고 화성 둘레를 안내해 정조대왕 동상을 보여준 친구와 창룡에서의 강의에 일부러 찾아와 준 촬영감독이 특별히 고마웠다.


막히는 외곽도로 왕복 4시간의 길 위에서 긴장과 피로, 안도와 새로운 다짐이 교차하는 긴 하루를 보냈다.

다음 만남에는 더욱 충실한 준비와 여유로움으로 알차고 친밀한 시간을 보내야겠노라 다짐해 본다.

8차시 강의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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