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장한 각오로 엉덩이 붙이고 자리에 앉았지만 효율이 안 난다.
세찬 비를 뿌리다 맑게 갠 하늘과는 다르게 나의 기분은 그냥 저조한 채로 머물러 있다.
당장에 별도리가 없고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 걸 알면서도 어찌할 줄 몰라 되뇌며 근심한다. 그냥 잠시 떨치고 멀찌감치서 바라보면 될 일인데 집착 아닌 집착처럼 마음에서 맴돈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마음으로는 애를 끓이는 모순에 싸여 머리가 맑지 않았다.
자녀를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것이 나의 상황이라면 내가 좀 더 견디고 애쓰고 아파하며 인내라도 하겠지만, 현실은 오롯이 그 아이가 인식하고 겪어 내야만 한다. 보다 더 폭넓은 시각과 가치만이 자신을 바르게 인도 해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나도 그 진리와 자유를 위해 내게 주어진 무게만큼 힘겹고 어렵게 걸어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내 아이 때의 시기엔 그만큼의 안목과 깊이가 없음으로 인해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마음을 흡족히 채워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고 또 한편으론 나와는 다른 객체인 자녀에 대한 객관화는 심히 어렵다는 점도 깨닫게 된다.
기다려주고 성숙하기를 기대하며 인내하고 기도해줘야 하는 것을......
‘머리가 무거운 것은 너를 핑계 삼지만 근원은 내게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시 누워도 보지만 걷는 것이 좋겠다.
오랜 장마로 그간 나서지 못했던 숲길을 걸어봐야겠다.
걸으며 얘기 나누고 싶은데 아들아! 따라나서겠니?
딸내미는 항상 적극적이어서 물을 필요도 없지만.
숲길을 걸으면서 땀을 좀 흘리자꾸나.
행여 비가 온다면 좀 맞아도 보고
내려오는 길엔 시원한 시냇물에 발도 담그며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서 입에 물어
걱정이 언제 왔었는지도 모르게
웃음 지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