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탔던 한 해
2020년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코로나가 심상치 않게 번져가던 올 상반기에는 계획되었던 영상제작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해외 촬영은 물론이거니와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국내 제작물도 유보 또는 축소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의 전염성에 두려워하고 긴장하며 위축된 사이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며 시작한 것이 글쓰기를 통한 정리 작업이었다.
그간 영상제작 일을 하면서 공유하고 싶었던 내용에 대한 정리에서 영상제작을 가르치며
사용했던 자료들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자라며 기억하고 있는 편린과도 같은 추억을
하나씩 노트에 적어 나갔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이런 나의 욕망과 필요가 적절히 잘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었다. 하나하나 글로 옮기고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재미있는 일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재미로 응모한 한식 공모전에서 나의 글이 입상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느 지역 신문에서는 나의 글을 지면에 싣고 싶다며 원본을 보내달라고 했다.
모 출판사에서는 도자기 감상평을 써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글로 상금을 받아 보고, 신문 지면에도 실렸고, 고료를 받고 몇 편의 글을 썼다.
영상제작으로만 생업을 이어왔던 나로서는 생경하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만약 영상제작이 막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띄엄띄엄 학교에 가기 시작했고, 상황이 악화되면 온라인 교육이 진행되었다.
영상제작의 분량은 줄었지만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중계와 온라인 수업 제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경기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영상제작에 투입되는 자금도 한몫했다.
개점휴업 상태에서 연말로 이어지는 시점에는 일이 중복되어 하나를 버려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이럴 때면 그냥 쭉 고르게 일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엄살을 부리게 된다.
가을부터 위축된 경기가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근본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소규모의 가게는 지속적으로 위협에 놓여 있지만 온라인 매출은 큰 폭으로 오르는 온도차가 존재하지만 말이다.
얼굴을 맞대는 강좌를 열 수는 없지만 비대면 온라인을 통한 도서관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상반기에 잘 모으고 정리한 자료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
비록 줌을 통한 비대면 강의였지만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기뻤다.
고등학교 학생들과는 대면으로 만나서 서로의 눈길을 교환할 수 있었다.
코로나의 기세에 눌리고 위축되어서 그냥 멈춰만 있었다면 경험할 수 없는 새로움을
느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코세라 coursera에서 Global History from 1760 to 1910와 A Journey through Western Christianity: (from Persecuted Faith to Global Religion 200–1650)의 두 강좌를 근 1년에 걸쳐 수강해왔다.
나의 불성실함으로 기간이 늘어났지만 연내에는 전체 내용을 마치려고 한다.
사실, 알찬 깨달음을 얻어가면서도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라 얼마라도 수강료를
내던가 도네이션이라도 해야 마땅할 것 같다.
한 해를 그냥 흘려보냈든 성실하게 살려고 애를 썼든 간에 시간의 끝에 다다른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한
충격파가 곳곳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지만, 또 어떤 이는 파고의 물결을 유연하게 헤쳐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땠을까?
돌아보고 성찰하며 다시 새해를 맞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