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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Dec 03. 2020

서울 산다고 구석구석 다 가 본 것은 아니기에

공간의 재발견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더라도 애써 발걸음 하지 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몇몇 장소는 유서 깊은 공간이지만 특별한 연이 없어서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었다. 사진을 찍어 이미지 데이터를 남기는 프로젝트를 맡고 나서야 비로소 이러한 장소에 와보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장소가 모란시장 5일장이다. 

분당을 끼고 있는 오늘의 성남은 과거의 성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격세지감의 공간이 고, 예전의 향수는 이 5일장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다. 새로 지은 시장의 주차장 자리를 빌려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은 도심에 남겨진 옛 농경사회의 추억이라고나 해야 할지.....

장날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붐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주차할 곳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상인과 사람과 물건으로 뒤범벅이었다. 채소, 과일 생선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물고기와 

염소 닭 등의 동물들이 거래되는 것을 보니 시내에 펼쳐진 시골 장터의 풍경이다. 

도축된 각종 고기를 진열해서 판매하는 모습이 생경하고도 이채로웠다. 

     

서울에서는 효창공원을 지나치기만 하다 이번엔 기어코 내부로 들어갔다.

“조선 후기 정조의 맏아들을 비롯한 왕가의 묘를 모신 효창원은 묘역이 넓고 송림이 울창한 곳이었으나 일제가 1945년에 묘를 서삼릉으로 옮기고 공원으로 조성했다. 후에 임시정부 요인들의 유해를 안장하여 김구 선생을 위시한 선열들의 묘역으로 단장되었다.”     


이봉창 의사의 폭탄 투하 상의 비장함을 바라보며 창열문을 지나 의열사 사당으로 들어섰다. 

사당 안에는 7위 선열의 커다란 초상화가 전면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짙은 검은빛의 그림만으로도 그 깊은 무게감과 위엄이 배어 나왔다. 이동녕, 김구, 조성환, 차리석,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안중근 열사와 선생의 이름 하나하나가 큰 울림처럼 또렷하고 선명했다. 

이어 삼의사의 묘역과 임정요인의 묘역을 둘러보았다. 묘역 앞에서 잠시 마음을 모두어 묵념을 하고 생각에 잠겼다. 젊은 나이에 또는 평생을,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과 가족을 떠나야 했던 공의의 험란한 길을 걸었던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한 뜨거움이 솟아올랐다.  

    


고양시에 위치한 이케아를 몇 차례 방문한 것은 그 내부를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어서였다.  

간혹 백화점이나 큰 마트의 진열품을 촬영해야 할 경우엔 늘 사전 허락과 절차가 필요해서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핸드폰 촬영이라면 살짝살짝 가능하지만 DSLR의 고화질 카메라는 아무래도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케아는 쇼룸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서 거실과 안방 주방에 관련된 모든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된 제품과 조명이 세련되었고, 실제 눕거나 앉아보는 자유로움이 허용되니 방문한 사람들의 표정이 흥겨워 보였다. 

나도 재미있게 투어 하며 촬영했지만 함께 동행한 조원들도 아무런 제지나, 촬영 거부, 허락을 위한 에너지와 감정 소비 없는 자유로운 환경을 즐기며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점심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들을 쇼핑하듯 골라서 커피랑 디저트까지 계산하 고나니 가격은 조금 비싼 듯 하지만 만족도가 높았다. 멋지게 디자인된 식탁과 편안한 소파에 마음껏 앉아 

도란도란 식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북촌마을에서는 전통가옥과 창문 대문 등을 촬영했다. 

골목골목 구석구석을 걷다 보니 사진과 방송에서 자주 보아왔던 공간과 마주한다. 

미학적인 아름다움과 다정스러운 정감이 일었다. 반면, 자가용 없으면 불편한 오늘날,

전통의 골목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란 생각이 떠올랐다. 

이웃과의 유대, 정겨움, 마을 공동체, 사람 사는 맛........     

'전통과 현대가 어울리고, 편리함과 정겨움이 연대하며

냉정한 자본주의에도 온기가 넘치는 제도가 공존하면 안 되는 것인가? '    


요즘 하루하루를 많이 걷고 있다. 

조선 팔도를 온몸으로 걸어 움직여 지도를 만든 김정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하루 만보는 거뜬히 넘기는 일상에서 아직 가보지 않았던 공간들을 만나고 접하는 중이다.    

  

서울 산다고 시내 곳곳을 다 가 본 것도 아니고 명소에 갔다고 해서 그곳을 다 파악했다고 할 수도 없겠다.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곳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을 얻기까지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ps:고해상도의 사진은 업로드가 안되어 핸폰 사진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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