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학교에 입학한 후, 누군가 한창 공부해야 할 중학생을 왜 대안학교에 입학시켰는지 물어봤다.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해줄 말은 많지만 조심스럽다. 공교육을 떠나 더 많은 자유를 느끼고 있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할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느낀 점을 말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대화가 끝날 때쯤엔 “그래, 잘 지내니 다행이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일반 학교로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지금은 그저 3년 동안 아이가 잘 지내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다”라고 대답한다.
정말 잘 지내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을까?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힘을 기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우선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여전히 경쟁의 구조 안에 갇혀 있다. 그 경쟁 속에서 아이가 버텨 낼 수 있을까? 나는 아이에게 공부가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못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일반 학교를 보냈다면 그런 말을 못 했을 것이다. 공교육을 벗어났기 때문에 비로소 공부가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아이가 학교 생활을 힘들어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대안학교를 선택한 것을 성공적인 선택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 아직 대학이 문제가 아니구나. 중등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도 남아있다. 고등학교도 어디로 보내야 할지 고민이다.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힘들어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못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3년의 시간은 빨리 지나갈 것이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릴 수 없으니,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보자고 다독였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이는 차 안에서 “엄마, 데려다줘서 고마워. 엄마가 피곤해 보여서 걱정이야. 미안해.”라고 말했다. 거리가 멀어서 데려다주게 되었지만, 데려다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바랐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을 접어두기로 했다.
3년 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세상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어제는 4, 5학년 통합반 동생들과 파주 통일교육여행을 떠났고, 다가오는 9월 7일에는 ‘기후정의행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아이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고등학교와 대학에 대한 고민을 잠시 미뤄둬야겠다. 지금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니까,
지금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오늘 저녁 메뉴뿐이다. “뭘 해 먹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