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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 Oct 26. 2024

우리 같이 이야기 나눠 볼까요?

반모임.

띵동! 휴대폰 알림음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중등 2학기 반모임을 정해야 하는데, 우선 9월 모임부터 정하려고 합니다.”

중등 대표인 산양이의 메시지가 왔다.

산양이의 메시지 아래로 참석 여부에 대한 답장이 하나둘씩 달리기 시작한다.   

   

반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저녁 7시 30분에  열린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참석하고, 간단한 인사 후 교사가 한 달 동안 아이들과 있었던 일들을 들려준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요즘 학교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슬쩍 물어보면, “몰라도 돼.”라며 무안을 주기 일쑤다.

아이들이 외부 활동을 다녀온 날이면, 학교 카페에 올라온 사진과 글로 대략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도만 알 수 있어서, 교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반모임을 하는 날은 퍼즐 맞추듯 아이의 짧은 이야기들이 하나씩 맞춰진다. 

이번 모임에서는 아이들의 개인 프로젝트 현황과 가을 여행 기간이 3박 4일이 될 뻔한 이야기, 여행 일정과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개인이 준비하는 식재료가 무거운 것 같아 즉석에서 다시 정해서 나누기도 했다.   

  

어느 달엔 참석 인원이 적었던 날도 있었다.

“오늘은 사람이 적네요. 우리 카페에서 이야기 나눌까요?”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빵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은 곳이 있어요!”

“제가 학교 옆에 차를 세워 뒀어요. 제가 운전할게요. 그쪽으로 가죠!”

“와아, 좋아요. 좋아요. 신난다!”


이 대화는 놀랍게도 학부모와 교사 간의 대화다. 

일반 학교에서는 여러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들의 일상을 나누는 일은 드물다.

학부모 상담 주간이 아니면 교사를 마주할 일도 적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상담할 일도 별로 없었지만, 관심 없는 부모처럼 보일까 봐 상담을 신청하곤 했다. 딱히 할 말도 없었기에, 20분의 상담이 두 시간처럼 느껴졌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재미난 학교의 두 시간 반모임은 20분처럼 느껴진다. 반모임에서 나누는 대화는 단순히 학교 소식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느껴지는 시간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사이도 더 가까워졌다. 그 덕에 우리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배우고, 자라고 있는지 더 깊이 느끼게 된다. 두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저녁에 열리는 반모임도, 기본 두 시간인 반모임도 이제는 익숙하다. 오히려 두 시간 전에 끝나면 허전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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