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시작.
2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분주하다. 우리는 정확히 7시 40분이면 집을 나선다.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298. 이제는 내비게이션을 보지 않아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지만, 습관처럼 켜놓고 출발한다. 아이는 좋아하는 J-POP을 USB에 다운로드하여 아침마다 차 안에서 듣는다.
처음에는 뜻도 모르는 노래를 왜 좋아할까 싶었는데, 어느새 나도 흥얼거리게 되었다.
재미난 학교를 보낸 지 이제 6개월이 지났다. 한 학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몇 년을 보낸 듯하다.
큰 아이 때문에 했던 학부모 활동보다 더 많은 활동을 했다. 학부모회장, 운영위원회 위원, 학교폭력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일을 해보았지만, 그 모든 일을 합친 것보다 더 바빴던 6개월이었다.
얼마 전 친한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곧 첫 중간고사를 보게 될 텐데,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며 걱정했다.
큰 아이를 공부시켜 본 선배 엄마로서 한 마디 해준다. “본인이 하려고 하지 않으면 소용없어. 중학교 공부와 고등학교 공부는 또 달라. 특목고 보낼 거 아니면, 중학교 내신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공부 때문에 싸우지 마. 벌써부터 진빼면 안 돼. 아직 학원 안 다닌다는 말 안 하지? 다닌다고 하는 게 어디야? 정말 안 다닌다고 하면 더 속상할걸. 시험 보고 나면 아이 생각도 달라질 거야. 그냥 둬!”
그냥 두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그냥 둘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럴 때다.
아이들 이야기로 한참을 나눈 뒤, 조만간 만나서 더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이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공부 문제로 다투는 일이 줄어드니, 아이와 나는 전보다 여유로워졌다.
그 사이 도마뱀이 한 마리에서 세 마리로 늘어났고, 세 마리의 도마뱀을 돌보느라 아이는 바빠졌다.
시험 점수 대신 도마뱀이 언제 암수 구분이 가능할까에 대해 이야기하고, 밀웜을 몇 마리 먹일지 고민한다.
“빨리 숙제해. 빨리 공부해. 빨리 학교가.”라는 말 대신, “천천히 해도 돼. 급한 거 아니야. 천천히 준비해도 돼.”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고, 자신을 대변하는 힘이 부족한 아이는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 과정 속을 헤매는 아이의 곁에 연두와 재미난 교사들이 있다.
모든 교사가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모두가 아이의 선생님이 되는 재미난 학교. (교장 선생님 호랑이는 목요일마다 아이들과 개인프로젝트를 함께 하신다.)
아이는 점점 힘이 생기고, 점점 용기도 생기고, 점점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곳, 서로의 다름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곳, 이곳은 삼각산재미난 학교이며, 아주아주 특별한 선생님들이 있는 곳이다.
한 학기를 보낸 아이는 이제 새로운 학기 준비를 하고 있다.
2학기부터는 교사에게 평어로 이야기하겠다는 소박한 다짐과 함께, 개인 프로젝트도 좀 더 구체적으로 재정비하는 등 분주하다.
힘들어했던 아이에게 3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갈 거라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즐겁게 잘 지내자고 말했었다. 그 말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