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배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이의 원적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로 아이와 꼭 함께 와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함께 학교로 가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집 바로 옆에 있는 중학교에 방문해 교장실로 안내받았다. 그곳에서 몇몇 선생님과 학부모 한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면담 중 삼각산재미난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왜 대안학교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오늘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이는 긴장한 목소리로 학급 시간표를 구성 중이며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정해 PPT로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서 일본어를 배우면 좋은 점을 발표하고 왔다고 했다. 조용히 듣고 계시던 교장선생님은 건강하게 네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잘 지내라고, 학교를 다니는 길은 여러 가지이니 학교 이름처럼 재미있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교문을 나서면서 아이는 "생각보다 선생님들이 좋은 것 같아. 다녀도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한데? 교장선생님 인상이 좋아 보였어.", "그래? 그럼 다시 다닌다고 말하고 올까?", "아니, 그건 아니지. 농담을 구별해야지!"라며 발끈했다. "난 또 진담인 줄 알았지. 하하하!". 아이의 재미난 학교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나 보다.
아이의 삼각산재미난 학교 중등과정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개인 프로젝트와 팀 프로젝트를 통해 관심사를 스스로 배우며 서로의 프로젝트를 돕는 과정이다. 개인 프로젝트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해 보고 싶은 것’을 하도록 독려한다. 아이는 개인 프로젝트로 '디지털 드로잉으로 친구들 얼굴 그리기'를 선택했고, 프로젝트 과정에서 전문가를 만나 피드백도 받았다. 운 좋게도 전문가를 빨리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여러 가지 조언을 받았다.
팀 프로젝트는 각자 정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주체하는 아이와 도와주는 아이들이 함께 활동하며 다양한 협력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찾아간다. 영어와 수학은 각자의 수준에 맞게 분반 수업을 하고, 과학도 교과서 중심 수업이 아닌 실생활에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수업으로 진행된다. 시험의 부담이 적어서인지 조바심이 줄어들었고, 학교에서 내준 숙제도 내가 하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어 하는 의지도 생겨나고 있다.
재미난 학교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보내는 학원을 다니며 의무적으로 공부와 입시 준비만 하면서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교과서로 짜인 시간표대로 공부하는 대신, 재미난 학교에서 수업 시간표를 짜보고, 4박 5일의 여행을 다녀오고, 점심시간이 길어 친구들과 재미나게 놀고, 교실에서 누워 있기도 하며, 학교 안에서 자유를 느끼고,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해진 길을 가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내 생각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는 여전히 발표를 하거나 자기가 주도하는 수업을 할 때는 힘들어하지만, 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해보려고 용기를 낸다. 그 시간들 속에서 충분히 느끼고 배우고, 고민하고 시도해 보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과 대처 방법을 알아가길 바란다.
환경에 간섭받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에는 아직 어리고 약한 아이.
나는 아이가 영어, 수학, 국어, 사회, 과학을 많이 배우지 않더라도 걱정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으니...... 재미난 학교에서 3년 동안, 아이는 얼마나 자라날까? 앞으로의 3년이 아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아이가 하교할 시간이 되어도 심장이 빨리 뛰지 않는다. 배가 아프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