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여행.
아이가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가 여수로 정해지자 ‘여수 밤바다’를 들어야 한다며 노래를 다운로드하고, 준비해야 할 물품들을 체크하느라 분주해졌다.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해 얇은 점퍼를 챙기고, 4박 5일 동안 사용할 짐을 넣어갈 커다란 배낭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신이 난 아이는 볼펜으로 하나씩 체크하며 짐을 꾸렸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짐을 싸야 했기에, 넣었다 뺐다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짐을 쌀 수 있었다. 자기 몸의 반을 차지할 만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이 의젓해 보여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가방이 꽤 무거울 텐데도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다.
여행지는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의논해서 정한다. 어디를 갈지, 어느 식당을 갈지, 무엇을 만들어 먹을지, 모든 것을 함께 결정한다. 무려 4박 5일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가는 여행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해맑은 얼굴로 “걱정을 왜 해! 엄마도 참. 그리고 전화하면 안 된대. 그러니까 엄마도 전화하지 마!”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는 씩씩하게 여행을 떠났다.
4박 5일의 휴가가 생긴 나는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늦잠도 자고, 그림도 그리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저녁마다 여행지에서 학교 카페로 사진과 글이 올라와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볼 수 있었다.
첫날 활기찬 모습에서 점점 피곤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났다.
여행 전날 설레어 잠을 설쳤던 아이는 편안한 일상을 떠나 불편하지만 새롭고 낯선 세계를 경험했다. 편안한 여행은 아니었을 것이다. 긴 시간 KTX를 타야 했고, 버스를 타야 했고, 매 끼니마다 원하는 음식만 먹을 수 없었을 테니, 여러 가지로 불편했을 것이다. 그동안 누렸던 편안함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을까? 아니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을까?
길었던 여행이 끝나는 날, 4.19 탑 앞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꼭 안겼다.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그 간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랜만에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를 보니, 여행이 꽤나 즐거웠던 모양이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서는 “역시 집이 최고야!”를 외쳤다. 배불리 저녁을 먹고는 “여행이 재밌긴 한데, 4박 5일은 좀 긴 것 같아. 너무 피곤해.”라며 일찍 잠이 들었다. 그렇게 열두 시간을 내리 잤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아이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이제 여수는 아이에게 친구, 형, 연두, 호랑이와 함께한 특별한 곳으로 남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때를 떠올리면 힘들었지만, 다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재미난 학교는 봄, 가을, 겨울. 세 번의 여행을 떠난다.
3년 동안 아이에게 여덟 번의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