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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 Oct 26. 2024

재미난 학교 신입생, '동그리'입니다.

학부모 일이 많지 않나요?

2024년 2월 26일, 첫 등교

아이는 새벽부터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고, 향기로운 에센스까지 뿌리며, 잘 먹지 않던 아침밥도 먹고, 며칠 전 새로 산 옷으로 갈아입고는 빨리 학교에 가자고 재촉했다.

학교와의 거리가 제법 있고, 지하철을 이용한 등하교는 아직 어려울 것 같아서 내가 차를 타고 데려다 주기로 했다. 학교 앞에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가는 길에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3년 내내 등하교를 시켜주게 되더라도 아이만 잘 다녀준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3시쯤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아이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오늘 어땠는지 물었더니 형들과 누나가 환영파티를 열어주었고, 점심시간에는 2 각산도 가보고, 왔다 갔다 바쁜 하루였다고 했다.

“내일은 뭘 할까?, 어디로 간다고 했는데?” 기대에 찬 목소리에 한시름 놓인다.

     

삼각산재미난 학교는 ‘열음식’이라고 일반학교로 치면 ‘입학식’을 하는데 3월 1일 날 한다고 했다.

‘어? 3월 1일? 공휴일인데? 2일을 잘못 적었나? 어? 가족들도 모두 참석한다고? 한 사람씩 자기소개도 해야 한다고? 뭐지? 그래서 공휴일에 하는 거구나! 아이들만 가는 입학식이 아니라서 그렇구나!.’

이때부터 알았어야 했다. 이 학교는 부모도 같이 입학하는 곳이었다는 것을......

    

재미난 학교에서는 운영위원회와 상설위원회, 부설기관 등에 가구당 최소 1인 이상이 참석하여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어울림위원회에, 남편은 교육환경위원회에 가입했다. 그 밖에도 ‘어게인 수유재’, ‘도서관마법사’, ‘홍보위원회’와 같은 다양한 부서들이 있다.

반 모임(교사와의 대화)도 한 달에 한 번씩 있었고, 어울림위원회 활동도 한 달에 한 번씩 있었다.

그 외에도 신입생 교육 등으로 3월과 4월 내내 정신이 없었다.

조용했던 나의 메신저는 끊임없이 울려대고, 아이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나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대문자 I인 나는 내향형 인간.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며, 소수의 친한 친구나 가족과의 깊은 관계를 중요시하는 조용한 대문자 I형 인간이다.

그런 내가 아이 때문에 갑자기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고, 나의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 외에도 다른 자잘한 모임들도 많았다.

어울림위원회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달력&굿즈제작 모임이 생겼다. ‘달력이라? 그림을 그리는 모임인가?’ 중학교 미술반 실력이 마지막이었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했고, 멤버가 모이고 첫 만남을 가졌을 때, 일이 커졌다.

9월까지 달력을 완성하고 굿즈를 제작해서 네이버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것까지 해보자고...... 그리고 내친김에 전시회까지 열어보자고 했다.

‘와우! 이런! 여기선 뭔가 해볼까? 이거 어때? 괜찮은 거 같은데?’ 하는 순간 바로 행동으로 옮겨지고 대화방이 생겨난다.

가을까지는 달력 그림만 그릴 거라고 마음을 먹고, 주제를 정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던 중에, 1학년 부모들 사이에서 <산책모임>이라는 책을 만드는 모임이 생겨났다.

    

‘책을 만든다고?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솔깃했지만, 책으로 낼 정도의 글을 써본 적도 없었고, 독서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터라 글을 쓴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산책모임>에서 1박 2일로 워크숍 겸 어린이날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연락이 왔다. <산책모임> 멤버는 중등 1학년 부모들로만 구성되었는데(우리 집 빼고 모두) 같이 갈 수 있겠느냐는 연락이 온 것이다. 반 친구들 모두 같이 가는 터라 아이를 위해 같이 가기로 했다.

펜션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술 한 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회의 시간이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부모가 학교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다. 나는 이 선택을 자발적으로 했고, 즐겁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내가 선택한 일들에 대해 노력하는 것은 피곤할지 몰라도, ‘어떻게 쓰면 좋을까?, ’ 어떻게 그리면 좋을까?’ 고민하게 되는 이 시간들이 좋다.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어렵고 수시로 현타가 오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내 그림과 글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다.

걱정한들 무엇하리!

지금은 걱정 따윈 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려한다.

지금을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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