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힘빼고 살자구요.
건축비, 제작비, 설치비 포함 총 비용 360억
운영시간 3분 12초
12회 낙하
최대중력가속도 4.5G
낙하각 77도
최고 속도 104km
탑승객 체감 속도 200km~250km
높이 전세계 1위
트랙 길이 3위
경사 4위
낙하 높이 7위
최고 속도 10위
(2018년도 11월 목재 롤러코스터 기준, 티익스프레스 위키백과 참조)
우리나라에서 운영시간이 가장 긴 이 롤러코스터는 바로 에버랜드에 위치한 T익스프레스이다. SKT가 100억의 스폰을 제공하면서 이름이 T 익스프레스가 되었다고 한다.
날씨가 좋아 오랜만에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그냥 범버카나 타고 장미공원 구경이나 할 생각이었지만, 도망도 가보았지만 나는 어느새 친구 손에 붙잡혀 T 익스프레스 대기라인에 서있었다. 대기를 할 때는 깍아지르는 각도에서 낙하하는 롤러코스터를 보며 저걸 타다가 내 심장이 멈춰버리면 어쩌나, 내가 밖으로 튕겨나가면 어쩌나 하고 30분 내내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30분 후에 나는 이미 T 익스프레스 위에 앉아 있었다. 상체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몸과 어깨 스트레칭을 하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고, 티익스프레스는 쿵쾅쿵쾅 뛰는 내 심장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출발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안내요원 언니는 상큼하고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올라갈 때 너무 빠르다고 놀라지 마세요~ 내려갈 때는 더 빠르니까요~ 그럼 3분 후에 만나용~! 출바알~~~~”
우리는 뒤에서 세번째 줄에 앉았고, 티익스프레스는 내려갈 때 내 심장을 멎게하려고 작정을 한듯 점점 위로 올라만 갔다. 나는 너무 긴장이 돼서 괜히 소리를 질렀다.
“어떡해~~~ 어떡해 너무 높아~~후후~~”
그리고 티익스프레스는 정상에 다달았다…
떨어지는 순간 내 몸이 뜨면서 티익스프레스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데 내 몸은 그 자리에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을 에어타임이라고 한다. 나는 엉덩이가 뜨는게 무서워서 온 몸에 힘을 주고 최대한 티 익스프레스에 내 몸을 밀착하고자 했다. 그랬더니 소리도 지를 수 없고, ‘으으으으~’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그 구간을 버텼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나는 속으로 ‘괜히 탔어……….’라며 후회를 했다. 앞에서도 소개했듯이 티 익스프레스는 12회의 하강 구간이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하강이 지속되었다. 하강을 할 때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 자유롭게 타는 모습이 보였다.
‘오? 힘을 빼고 저렇게 자유롭게 타야하는 건가? 내가 너무 온 몸에 힘을 준건가?’
그런 생각이 스치면서 나도 그 다음부터 몸에 조금 힘을 빼고 그 속도, 그 중력, 관성 등의 힘에 온 몸을 맡겨보자 생각을 바꿔보았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자 마자… 아쉽게도 티익스프레스의 운행시간이 끝이 났다. 힘을 한번도 못 빼보았지만, 티 익스프레스 승강장에 도착하니 웃음이 났다. 아… 이제야 롤러코스터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알았는데 끝이 났다니… 아쉬웠지만 그래도 뭔가 신선한 깨달음이었다.
‘그래도 잘 해냈네. 티 익스프레스를 내가 타냈네…’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있는데 친구는 아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한번 더 타자!”
“뭐??? 못해못해못해. 지금 온 몸이 후덜거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타겠어. 지금이 기회야. 지금 한번 더 타야해.”
“아니 나는 커피 수혈도 좀 해야하고.. 쉬는 시간이 좀 필요해.”
“지금 대기가 별로 없잖아. 지금 타야해.”
그렇게 나는 다시 친구의 손에 이끌려 또 대기줄에 서있었다.
그렇게 대기줄에 서있다 보니, 이번에는 온 몸에 힘을 빼고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하후하 심호흡을 했다.
“스트레칭도 좀 하고 이번에는 온 몸에 힘을 빼고 한번 타보려고!”
“그래. 손도 좀 들고, 그렇게 타봐.”
30분은 금방 흘러 또 다시 티 익스프레스는 나를 싣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 나는 두번째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쿵쾅쿵쾅 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해야만 했다. 그리고 몸에 힘을 빼기 위해서 손도 털어보고 어깨도 돌려보고 ‘힘빼 힘빼’하고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첫번째 낙하 구간.
“끼야~~~~~”
내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보다는 그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억지로 몸을 웅크리지 않았고, 몸에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몸이 뜨는 그 에어타임이 훨씬 즐거웠다. 1~2초였지만, 잠시나마 내 몸이 56m 상공 위에 떠있는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다음 11번의 하강에서는 손도 들어보고 힘을 빼고 내 몸이 중력을 뛰어넘어 허공에 뜨는 걸 허용했다. 31년만에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타본 느낌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하루도 꼭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 하루하루를 힘을 주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으니 금방 지쳤고, 항상 스트레스로 어깨가 뭉쳐있었다.
가끔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된다는 주변의 말이 그동안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언제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거 아닌가? 힘을 빼고 있으면 어영부영 지나가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온 몸에 힘을 주고 전력질주를 해야하는 순간들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중요한 시험에 임한다거나,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들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나처럼 온 몸에 힘을 주고 있다가는 금방 지치고 스트레스 받고 온 몸은 경직되어 오히려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또 개인 생활에서도 힘을 주고, 힘을 빼는 강약조절을 항상 하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즐기는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이게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정말 깨달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요즘 생활하면서 든 생각인지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어쩌면 이런 생각이 나에게 필요한 시기이고, 나의 상황에 맞게 찾아온 깨달음인 것 같다.
올라갈 때는… 아 이제 곧 떨어지겠지만, 그것 또한 한번 즐겨보자.
내려갈 때는 또 다시 올라가는 구간이 오겠지. 기 죽지 말고, 그 순간을 한번 관망해 보는 것이다. 너무 힘을 주고 버티다 보면 부러질 수도 있으니, 갈대처럼, 바람에 몸을 맡기듯. 그렇게 편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