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내 편인가보다.
내 퇴사일이 미뤄지면서 아직 몸은 회사에 남아 있지만, 사업에 대한 구상과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한 걱정들로 하루하루 피폐해졌다. 잠을 잘 못 자고, 밥을 잘 못 먹는 날들도 이어져 대학원 다닐 때 이후로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가 HR 시스템을 통해 한 계열사의 조직도를 봤다.
그리고 Online팀이라는 곳을 봤다.
'어? 뭐하는 팀이지?'
'어떤 사람들이 일을 하지?'
'이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궁금증이 이어져 그 팀과 팀원들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 팀장님의 경력을 보게 되었는데, 왠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결국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고, 판매, 홍보, 마케팅의 방향으로 가고 싶은데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네?’
그리고 나는 바로 팀장님께 메신저로 보냈다.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인사팀 OOO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해보고자 계획하고 있는데, 팀장님께서는 그 길을 먼저 걸어오셨더라고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식사 한번 할 수 있을까 여쭙고 싶습니다.”
나는 장문의 메신저를 보냈지만, 팀장님과의 메신저 대화창에는 1이 하루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뭐…바쁘셔서 그럴 수 있겠거나 하고 잊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팀장님으로부터 메신저가 왔다.
“아, 어제 외근이어서 이제야 답장해요. 언제든지 좋죠. 그렇게 하시죠.”
“아! 정말요? 재택근무를 전면 시행하면서 시간 맞추기가 힘들 것 같은데… 그럼 혹시 오늘 어떠세요?”
“콜이요~”
“그럼 제가 근처 식당을 찾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그럼 퇴근 후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집 근처 보쌈집으로 팀장님을 모셨다. 사실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팀장님은 본사 출근이셔서 내가 회사 쪽으로 가겠다고 했으나 팀장님께서는 나에 대해 배려해 주시고, 이쪽으로 오겠다고 하셨다.
“아직 회사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그리고 팀장님은 네이비색 SUV를 끌고 오셨고, 주차하시는 게 창밖으로 보였다.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두근댔다.
팀장님은 선물이라며 나에게 프리바이오틱스랑 유산균을 안겨주셨다. 뭔가 그 어색함도 없어지고, 두근두근 설렘이 호감으로 바뀌었다.
팀장님을 요약하자면, 다재다능하고, 유쾌하고, 검도 3단의 걸크러쉬였다.
팀장님은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나의 상황과 생각을 들어보시고 진심으로 조언해 주셨다.
“지금은 너무 맨몸이고, 맨땅의 헤딩이에요. 만약에 웹소설 출판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서 6개월 일하면서 그들의 네트워크, 그들의 일하는 방법들을 배워봐요. 그리고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나는 그 말이 굉장히 와 닿았다. 내가 스마트 스토어를 하면서 사실 헤매고 삽질하느라 지친 것도 있기 때문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결국 온라인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고, 자유로운 삶에 한 발더 나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컨텐츠 사업을 하고 싶은 이유가 컨텐츠는 무한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목표점이 있고 그 목표점에 다다르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안 갈 이유가 없다.
그 길이 설사 지금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런데 지금 드는 생각은 웹소설 출판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보는 게 오히려 지름길이 될 수 있고,
내가 20시간 삽질할 일을 10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 길을 택하는 게 맞아 보였다.
다만, 나는 내가 지금 가진 모든 걸 놓아야 한다. 회사 타이틀, 인사팀에서의 커리어, 내가 경험한 업무 스킬들을 다 놓고 새로운 일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봤는지도 모른다.
뭐 대충 해보면 되는 거 아니겠어?
누구는 뭐 처음부터 성공했나?
하다가 내 길을 찾는 거지?
이런 막연한 생각으로 그 치열한 경쟁을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딱 절절한 시기에 이 팀장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사업을 해보는 거야!, 내가 곧 사장이고 오너인 거지!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돼보자!”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나에게.
‘너 지금 너무 아무것도 없잖아. 갖춰져 있는데서 조금만 배워보는 게 어때?’
라는 말이 들으니 이제야 들리고 이제야 이해가 갔다.
팀장님과의 대화는 2시간 20분간 이어졌다.
그 2시간이 유쾌했고, 값진 시간이었다.
그 분야에 20년간 몸담았던 사람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도 하늘은 내 편인가 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람을 보내주고, 적절한 조언과 그걸 들을 수 있는 내 마음을 준비해 주셨으니 말이다.
하늘이 내편이라 기분이 좋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술도 마셔봤다.
음주 브런치도 신세계구만.
오늘은 좀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