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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오늘 Nov 29. 2019

남편, 진짜야 두 줄 맞다고!

 봐봐! 두 줄이야!!! 




결혼 전도 그랬고 결혼하고도 항상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임신과 육아 그리고 일. 


아기를 가질 생각을 결혼 후 아주 조금씩 하게 되었다. 약간 먼 이야기를 듣는 듯했지만. 부모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지, 커리어와 경력 단절 사이의 고민, 나의 삶에 대한 고민 등. 특히 경단녀가 된다는 것에 굉장히 캄캄함과 답답함을 느꼈다. 


올해 7월. 두 번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늘 갈증이 컸던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분야로 이직하면서 자연스럽게 고민들이 정리가 되었다 (그 이야기는 곧 할 예정).  그리고 결혼 2년 차가 좀 넘은 시기에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섰다. 






19년 11월 1일, 생리가 시작해야 하는 날인데 몸이 이상했다. 며칠간 아랫배 통증이 오는데 그 통증이 생각보다 3일~4일 정도를 가고 있었다. 쿡쿡 쑤시고, 아침마다 허기지고. 


생리 나올 때가 되었나 보다 생각하면서도 설마 혹시나 아기가 들어선 건가 기대하기도 했다. 9월, 10월에 임신테스트기를 했을 때 반응이 없어서 이번에도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3일이 지났다.  그동안 태몽 같은 태몽을 3번이나 꿨다. 하나는 깨끗한 월세집에 햇볕이 가득 드는 꿈, 또 하나는 집보다 큰 호랑이가 뒷마당에 앉아 있는 꿈, 세 번째는 방안 커튼을 환화게 걷어 젖히는 꿈. 플러스 친정엄마가 꾼 꿈도 있었다. 


일단 생리 예정일인데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태몽 같은 꿈을 믿으며 집 앞 근처 약국에 들려서 테스트기를 구매했다. 


부푼 마음으로 테스트기를 사용했는데! ㅎㅎ 뭔가 희미한 줄이 하나가 생기고 그다음 진한 줄이 생기고 있었다. 그 날 남편은 휴가 중이었기에 방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내가 소리를 지르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봐봐! 두 줄이야!! 이것 봐~ 약돌이야 약돌이~  

네가 진짜면 그렇게 소리 지르겠어? 이번에도 안 속아! 


그랬다. 몇 번 임신테스트기를 하면서 남편에게 장난을 쳤는데 그때마다 진짜인 줄 알고 속았던 것. 그래서 이번에 남편이 또 내가 장난치는 줄 알고 시큰둥했다. 


임신테스트기를 눈 앞에 보여주고 난 뒤, 그제야 남편의 얼굴이 환해졌다. 


나는 한 생명이 우리에게 이렇게 빨리 와준 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좋아서 신기해서 울었고, 남편 역시 나와 같은 마음 겸 좋아서 웃었다. 둘이 발을 콩콩 점프 점프하면서 신나 했다. 


드디어 1년 전에 만들었던 태명을 부를 수 있게 된 점도 좋았다. 


태명은 약돌이. 시아버님이 남편이 태어났을 때 본명으로 지으려고 했던 '조약돌'. 시할머니에게 아이 놀림받을 일 있냐고 잔소리를 듣고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훗날 아이를 갖게 되면 태명을 (조)약돌이라고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흠 내가 봐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하는 일이 매끄럽게 다 잘 되면서 단단하고 건강한 인생을 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11월 4일. 시아버님의 생신이기도 한 그 날. 아버님께 약돌이를 알리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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